원격의료 시범사업 제갈길 간다…의협 `불참` 복지부 `단독 추진`

정부와 의료계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대한의사협회의 불참 선언에 사실상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와 의사협회의 갈등 국면은 다시 시계 제로의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9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독자적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26일 의사협회가 시범사업 불참을 공식 선언한 데 따른 조처다.

추무진 의사협회장은 최근 간담회를 열고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사협회 회원들의 반대를 그 이유로 꼽았다. 의사협회가 정부와 맺은 의정합의에 배치되는 행보다. 의사협회는 지난 3월 복지부와 ‘4월부터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그 결과를 의료법 개정안에 반영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 내용은 의사협회 회원들의 찬반투표에서도 통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4개월 만에 결정을 번복한 것은 의사협회 내홍과도 관련이 깊다. 지난 4월 의사협회 대의원들은 의-정 합의를 주도한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을 탄핵했다. 원격의료 전면 저지를 공언한 노 회장이 정부와 시범사업을 협의한 것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때부터 시범사업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지다 불참을 선언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오락가락하는 의사협회에 참다못한 보건복지부는 독자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격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준비가 마무리되면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준비해왔던 내용들이 있어 원격 모니터링 착수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가 준비하는 원격모니터링은 진료 개념을 뺀 관찰과 상담이 골자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의 안전성과 실효성을 검증하겠다던 시범사업의 애초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으로 진료에 정보통신 기술 접목을 기다려온 정보통신 업계의 기대는 충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는 시범사업 불참 방침을 정하고 대정부 투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독자 시범사업 추진 대응에 착수했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부와 의사협회가 지난 3월 도출한 의-정 합의 파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양측은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정 합의 파기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의사협회도 시범사업 불참을 얘기하면서도 파기는 꺼내지 않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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