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 사무실 4곳을 예고 없이 방문 조사했다. 특히 퀄컴에 이어 애플의 보안 문제도 거론하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미중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는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청두 등 MS 지사 사무실 4곳에 대한 조사를 했다고 29일 보도했다.
MS는 “우리는 중국 정부의 조사에 잘 응할 것이며 관련 질문에도 잘 답변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MS는 이밖에 자세한 조사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MS, 퀄컴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보안문제 때문에 향후 정부기관 IT기기에 MS의 윈도8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MS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과 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 MS는 중국 보안기업 치후360과 보완문제를 위해 기술적으로 협력하기로 계약했다. 또 MS는 엑스박스(Xbox)원 콘솔 판매를 위해 텐센트와 손잡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주 MS측은 “중국에서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고 이 상황이 금방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언론은 애플의 보안 문제를 집중 보도 중이다. 환구시보는 29일 보안을 위해서 공무원들의 애플 기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IT평론가 팡싱둥의 글을 게재했다. 기고문은 아이폰 사용자의 문자, 사진 등 개인정보가 수집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달 중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애플의 iOS 7 모바일 운용체계(OS)에 탑재된 위치 기능으로 중국 국가 기밀이 미국에 유출될 수 있다며 보안 문제를 부각시켰다.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뉴스해설]
외신들은 중국정부의 미국 기업 압박이 미중간 사이버 냉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 5월 중국 군인들을 스파이혐의로 기소하자, 중국정부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신들은 SAIC가 반독점 위반 등 규제 전문기관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MS를 압박하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해석했다.
미중간 사이버 냉전은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시작됐다. 스노든은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대학, 정부 등을 해킹했다고 지난해 밝혔다. 올해 5월 미국이 중국 장교 5명을 사이버 해킹 혐의로 기소하자 중국의 반격은 거세졌다. 중국 정부는 보안을 문제로 MS의 윈도8사용을 금지하는 등 보복조치에 나섰다. 중국정부는 국영기업들에게 맥킨지, 베인 등 미국 컨설팅 업체와의 계약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자국 기업들을 보호 육성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중국정부는 MS 윈도8을 쓰지 않는 대신 리눅스 기반의 자국 OS를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 내 대형 은행에 쓰이는 IBM 서버를 현지 업체 제품으로 대체하라고 비공식적으로 지시했다. 중국 인민은행, 중국 재무부를 포함하는 정부기관들은 자국 업체의 경쟁력을 키울 전략이다.
올해 초 미 상공회의소는 중국 정부가 반독점 규제 등의 방법으로 중국 기업을 보호 육성하려는 의도가 있으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백악관에 요청한 바 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