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답답한 원격의료 논의…속타는 업계

원격의료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IT업계 시름도 커지고 있다. 의료와 IT 기술 융합이 촉진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답보 상태에 놓이고 오히려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발목을 붙잡는 양상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와 의사간 원격진료의 안전성과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범사업 시행을 약속했다. 4월부터 6개월간 공동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그 결과를 의료법 개정안에 반영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 시범사업은 한 발도 떼지 못했다. 정부와 합의를 주도한 의협 회장이 탄핵을 당하고 내부 반대가 심해지면서 불참을 선언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최근 간담회를 갖고 시범사업 불참과 대정부 투쟁을 공식화했다.

오락가락하는 의사협회에 보건복지부는 독자적인 원격의료 시범사업 카드를 꺼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격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준비가 마무리되면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추진하는 원격모니터링은 진료 개념을 뺀 관찰과 상담이 골자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의 안전성과 실효성을 검증하겠다던 시범사업의 애초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이에 진료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능성 찾기를 기다려온 정보통신 업계의 기대는 충족하기 어렵게 됐다.

모바일 헬스케어 업체 관계자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논의가 소모적으로 끝난 것과 다름없다”며 “찬반이 첨예하다하지만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업계의 걱정은 시범사업 때문만이 아니다. 의료와 IT 융합 문제를 놓고 극한 대립만 난무할 뿐 발전적 논의는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모바일 헬스케어 업체 대표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나 질병 예방 기술은 고가의 장비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치료와 무관한 보조적 수단인 데도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 한다”며 “건강 증진을 위해 충분한 장점과 활용 가치가 있는 기술을 외면하고 배척하는 것이 합당한 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보통신 업계의 걱정 이면에는 미래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의료와 IT 융합 사업이 시작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이대로 좌초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특히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을 토대로 새로운 의료 서비스 개발을 구체화하면서 불안감은 위기감으로 번지고 있다.

또 다른 모바일 헬스케어 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10년 전부터 의료와 IT가 중요하다며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등 시범사업을 해왔다. 그럼에도 대립과 갈등이 되풀이 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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