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업무 영역을 민간 기상사업자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상사업자가 참여하지 않는 사업에 진출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관 과정에서 예산 축소, 일방적인 계약 파기 등의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케이웨더는 최근 기상산업진흥원으로부터 “6월 30일부로 연직바람관측장비 유지보수 용역을 해지한다”는 통보받았다고 28일 밝혔다. 바람관측장비는 케이웨더가 프랑스 디그리안 국내 대리점으로 2006년부터 유지보수해왔다. 해당 유지보수 사업 계약조건에는 해지의 경우 상호 기명 날인한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진흥원이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했다.
진흥원의 이번 통보는 올해 관련 유지보수 용역에 케이웨더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배경이다. 올해 바람관측장비 유지보수 용역은 지난해보다 사업 규모와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돼 사업유지가 불가능하고 판단해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케이웨더는 유지보수 사업을 대폭 삭감한 후 사업자 입찰이 무응찰로 입찰이 유찰되면 이를 진흥원이 수행하기 위한 단계라고 주장했다.
진흥원 상위기관인 기상청은 유지보수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정기점검 횟수와 예산을 줄인 것은 맞지만, 바람관측장비는 매우 안정적이어서 수시점검이 연평균 1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편으로는 장애 발생을 대비해 수시점검을 10회에서 24회로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진흥원 신규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국내 업체간 공정한 조달경쟁을 위한 것으로 제3기관에 의한 유지보수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현재 진흥원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진흥원은 케이웨더 바람관측장비 프랑스 파트너사인 디그리안에 케이웨더가 유지보수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언급하며 관련 사업을 진흥원과 함께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그리안 측은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을 케이웨더 측에 메일로 요청한 상황이다.
기상업계는 이번 사례를 진흥원의 조직 확대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진흥원은 케이웨더 사례 이외에도 진양공업의 AWS 유지보수 사업을 이관해 수행하는 등 민간 기상사업자들의 사업을 대신 수행하면서 업무영역을 확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도 관련 유지보수 사업이 삭감돼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진흥원의 기상사업자 업무 이관은 지난해 국회에서도 지적받은 문제다. 당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진흥원은 그동안 이관한 기상사업자 유지보수 용역을 2015년까지 다시 돌려주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진흥원의 민간 영역으로의 사업 확대는 더 속도를 내는 모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상사업자 간담회에서 기상청은 진흥원의 유지보수 수행 분야를 현재 지상관측장비에서 고층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케이웨더 관계자는 “진흥원의 업무는 기상사업자의 육성과 수출 진흥이 목적”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민간사업자 영역까지 진출하며 조직을 키워 자리를 만드는 데 연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