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스포츠, 첨단 기술의 각축장으로 변신

#호두나무나 물푸레나무 장대를 사용하던 20세기 초 장대높이뛰기의 기록은 3m가 최고였다. 대나무장대가 등장한 1912년 4m 벽이 깨졌고 1960년대 이후 유리섬유장대를 사용하면서 6m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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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필 미켈슨은 지난해 ‘디 오픈’ 우승당시 드라이버 대신 고반발 소재를 채택한 캘러웨이 우드로 모든 티샷을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스포츠가 첨단 기술의 각축장으로 변신했다.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가 기록 경신의 한계에 다다르자 선수들은 IT로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1회 올림픽부터 현재까지 달성한 세계신기록 3263건을 분석한 결과 2027년에는 기록 경신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IT를 접목한 스포츠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는 이유다.

◇한계 다다른 인간의 신체능력…‘세계 신기록’ 달성할 무기는 ‘IT’

스포츠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는 장이다. 컨설팅기업 AT커니에 따르면 스포츠 의류 및 용품 판매, 경기장 건설 등을 포함한 스포츠 시장 규모는 2015년 8000억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입장권 수입, 스폰서십 등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은 내년 1450억달러로, 2011년 이후 연평균 3.7%씩 성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근력이나 지구력, 순발력 등 스포츠를 통해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의 신체능력이 거의 한계에 근접했으며 유니폼, 장비 등에 신소재 및 신기술을 도입해 기록을 세우는 ‘기술력 경쟁’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 소재기업 스피도가 개발한 전신수영복을 수영선수들이 착용했던 2000년 이래 세계 신기록이 대거 양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제수영연맹이 2011년부터 전신 수영복을 금지하자 기록 경신은 급감했다.

찰나의 순간을 다루는 스포츠 계측기기 시장도 론진, 태그호이어, 오메가 등 스위스 정밀 시계 기업들이 관련 기기를 내놓으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의 세이코, 독일 융한스, 스위스 오메가 등이 타임키퍼 시장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이 분야 기술혁신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오메가는 지난 런던올림픽 당시 100만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퀀텀 타이머를 공개했다.

◇소재부터 세트산업까지… ‘스포츠IT’ 시장 활짝 열렸다

스포츠IT 시장은 산업의 뿌리가 되는 소재부터 완성품인 하드웨어까지 전 생태계에 걸쳐 진출했다.

유니폼에 첨단 소재기술을 접목하면 기록 단축으로 이어진다. 아디다스와 일본 소재기업 도레이는 폴리에스터 섬유를 사용해 땀을 즉각적으로 배출해 주는 ‘클리마쿨’을 개발했다. 이 유니폼은 피부에 맞닿는 쪽은 굵은 실, 바깥 쪽에는 얇은 실로 원단을 제작해 인체의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발산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원단에 비해 흡수성은 3배, 건조 속도는 2배 이상으로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나이키의 유니폼 ‘스위프트 스킨’은 신체 부위별로 소재를 차별화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다. 부위마다 공기 흐름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상체에는 매끄러운 소재를, 팔다리에는 미세한 돌기가 있는 특수소재를 사용했다. 이는 골프공의 작은 홈이 만드는 소용돌이가 공기 저항을 분산시켜 비거리가 늘어나는 원리를 유니폼 디자인에 응용한 사례다.

앞서 일본 소재기업 미즈노는 4년여에 걸쳐 개발한 스케이팅 경기복을 선보였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스케이팅 대표팀이 착용한 황금색 경기복은 하복부에 삼각형 모양의 특수소재를 덧대 공기저항을 줄이고 신축성을 높였다.

육상이나 수영처럼 순간을 다루는 종목은 첨단 계측기기의 각축장이다. 경기장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공의 궤도를 포착, 영상처리를 통해 판독하는 ‘호크아이’는 현재 테니스와 크리켓, 축구 경기에 적용됐다. 호크아이는 1초당 60프레임을 처리하는 초고속 카메라 10대가 공의 궤적은 물론 코트에 닿을 때 공의 뒤틀림과 미끄러짐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이외에 관중을 위한 첨단 중계시스템과 시뮬레이터 등도 스포츠IT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BBC는 런던올림픽 체조 종목에서 선수의 연기를 360도 촬영해 연속 동작으로 재생해 시청자에게 체조 경기의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야구중계에서는 피칭캠, 플레이백 시스템 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각도에서 경기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생동감을 살렸다. 플레이백 시스템은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화면을 3D로 합성해 타구 방향과 선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도 2000년대 중반 브로드밴드 인프라와 손끝 기술을 바탕으로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부상한 경험을 상기하며 관련 기업의 노하우를 엮어 디지털 스포츠를 선도할 때”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 대표적인 디지털 스포츠인 스크린 골프 시장 1위 기업 골프존의 2012년 매출은 3000억원에 육박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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