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25일 전후 운명 결정···이통사 상환유예 움직임도

팬택의 미래가 25일 전후로 결정될 전망이다.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상거래채권 280억원을 막지 못하면 팬택 협력사의 줄도산이 시작된다. 이미 지난 10일 결제했어야 할 220억원도 연체된 상태다.

그 전까지 이동통신사가 출자전환 등 지원을 결정하지 않으면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채무상환을 유예하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며 긍정적 전망도 내놨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의 고심이 계속되는 가운데 팬택 협력업체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60여 팬택 협력업체는 지난 17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통사의 팬택 지원을 촉구하는 등 생존을 위한 직접적 행동에 나섰다. 팬택으로부터 부품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사업 유지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팬택 관계자는 “우리가 대금 결제를 하지 못해 협력업체가 도산하면 향후 극적으로 팬택 회생이 결정되더라도 부품 공급이 어려워진다”며 “이들이 도산하기 전에 이통사가 팬택 회생을 위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통 3사는 채권단이 출자전환 유예 기간으로 정한 지난 14일까지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출자전환을 거부했다. 채권단은 이통사에 시간을 더 주기로 했지만 25일 이후로 무한정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통사가 25일까지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법정관리는 기업회생 절차 중 하나지만 사실상 파산 절차에 가깝다. 정리해고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해외 매각 등이 예상된다.

이통사가 팬택에서 받을 1800억원 채무와 관계없이 채권단만 출자전환을 추진하고 워크아웃 절차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팬택은 1800억원 채무 상환과 향후 단말기 구매 등에 대해서 이통사와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 한다. 채권단은 이통사를 제외한 팬택 정상화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팬택이 이통 3사에 내민 채무상환 2년 유예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1800억원 채무 중 가장 많은 900억원을 가진 SK텔레콤의 분위기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후문이다. 채무상환을 유예하면 출자전환 이후 주주로서 가져야 하는 추가 지원 부담과 비난 여론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출자전환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SK텔레콤이 채무상환 유예 제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이 유예를 결정하면 KT나 LG유플러스도 따라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채무상환이 유예되면 팬택과 이통사는 다시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펼치게 된다. 단말기 공급도 재개된다. 채권단은 이통사 출자전환을 상환유예로 바꾼 새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각 채권은행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환유예는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을 벌었을뿐 위기가 사라진 게 아니다”라며 “팬택이 실제로 회생 가능성이 있는지, 상환유예 시 2년 동안 팬택이 어떤 생존전략을 펼쳐야 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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