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대기업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뒤흔드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동반성장위원회에는 모호한 중간자가 아닌 책임 있는 추진주체로서 역할을 다해달라는 항의성 의견문도 전달했다. 현재 민간 자율합의로 돼 있는 적합업종 제도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대기업의 적합업종 해제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대기업의 성실한 재합의 참여 △동반성장위원회의 책임 있는 제도 추진 △해제신청 대기업 및 관련단체의 신청적격 여부 검토·공개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 등을 골자로 한다.
이재광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대기업이 적합업종을 두고 근거 없는 사실 왜곡을 해 온 것도 모자라 무려 50여개 품목에 해제 신청을 하면서 그간 대기업이 강조해온 ‘동반성장’이 허구라는 것을 명백히 드러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을 별도로 만나 적합업종 제도의 중간자가 아닌 책임 있는 추진 주체로서, 대기업의 악의적 왜곡에 대처하고 적합업종 보완·발전에 적극 노력해달라는 의견서도 전달했다. 지난달 동반위가 내놓은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이 대기업 측 의견만 대거 수용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일종의 항의문 성격이다.
최선윤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적합업종제도와 함께 출범한 동반위도 뒷짐만 지거나 방관자 역할만 한다면 이는 조직의 존립 근거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앞으로 업종별 세부 대응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적합업종 법제화 추진까지 함께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권고와 민간 자율합의로 돼 있는 적합업종제도를 법으로 강제화한다는 내용이다. 적합업종제도 법제화는 그동안 정치권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 논의가 이뤄져왔지만 중소기업계 내부에서도 법제화 추진까지 필요한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려왔다.
대책위에 참여 중인 김성진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는 “대기업의 계속되는 왜곡에 보다 적극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적합업종 법제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대기업이 주장하는 통상마찰 우려도 가정법에 의거 법적 분쟁 가능성을 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적합업종 제도를 보도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지정 기간을 현재 ‘3년+3년’에서 ‘5년+1∼3년’으로 늘리는 안도 논의했다.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적합업종을 둘러싼 논리 공방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달 하순에는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품목부터 재지정 논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마감된 동반위의 적합업종 재지정 신청 접수 결과, 중소기업계는 기존 82개 가운데 77개 품목의 재지정을 신청했고, 대기업계도 50개 품목의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반기 내내 이뤄질 적합업종 재지정 결정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