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생활가전(CE)부문의 세계 1등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윤부근 CE부문 사장이 프리미엄 전략으로 TV에서 이룬 세계 1등 경험을 CE 전 부문으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TV 제패에 이은 윤 사장의 도전 결과가 주목된다.
16일 엄영훈 CE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8월 말까지 미국 내 1200개 매장에 셰프컬렉션이 들어가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생활가전 내년 세계 1등 목표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셰프컬렉션은 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 출근한 윤부근 사장도 지난주 아프리카 출장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프리카에도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많아 셰프컬렉션 반응이 좋다”고 답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CE부문은 과거 D램의 반도체(DS)부문, 애니콜의 무선사업(IM)부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세계 시장에서 일렉트로룩스, 필립스, 다이슨 등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한 경쟁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CE는 항상 목마른 사업으로 지목돼왔다.
하지만 TV에서 반전이 시작됐다. 윤부근 사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 있던 2006년 처음으로 TV 세계 1위에 오른 것. 이 분야에서만 한 우물을 판 윤 사장은 올해 1분기까지 33분기 연속 ‘TV 1위’를 지키며 지난해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TV의 프리미엄화로 1등을 이룬 윤 사장의 경험을 CE 경쟁력 향상에 이식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특명이었다.
윤 사장은 디자인을 CE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사내 디자인경영센터장을 직접 맡으며 “디자인으로 삼성 생활가전 1위를 하겠다”고 강조한 것.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연상한 와인병의 붉은 곡선 이미지를 TV에 이식한 ‘보르도 TV’로 일본 업체들을 이긴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탄생한 프리미엄 주방가전 ‘셰프컬렉션’은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3월 국내에 출시한 셰프컬렉션 냉장고는 고급스런 메탈 마감재는 물론이고 요리 재료별로 각기 다른 칸에 넣어 맛을 구현하는 기능에 미슐랭 요리사들이 개발에 참여했다는 이미지를 넣어 ‘명품 냉장고’의 반열에 올랐다.
디자인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윤 사장과 CE 부문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엄 부사장이 이날 “올해 3분기와 4분기 실적이 좋을 것”이라 밝혔고, ‘IM발 쇼크’로 7조2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CE는 셰프컬렉션 호조 등으로 선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혁신의 부재라는 비판을 받으며 디자인 수장을 교체한 IM 부문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