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몸에 해롭다고 알려진 콜레스테롤이 태아의 기형이나, 암 발병 등의 신호를 조절하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포스텍은 한진관 생명과학과 교수와 조원화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팀이 세포막에 있는 콜레스테롤이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을 조절하는 ‘윈트(Wnt)’ 신호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6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최근 출간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지에 소개됐다.
세포의 분열과 분화, 줄기세포의 유지와 같은 생물학적 현상들은 윈트라는 이름을 가진 단백질이 전형적(canonical) 신호전달과 비전형적(noncanonical)신호전달 등 2개의 신호전달 체계를 조절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신호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태아가 기형이 되거나, 성인이 됐을때 암이 유발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윈트 신호전달체계’는 암 발병을 알리는 ‘발암신호’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두개의 신호전달 체계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은 알려진 바가 없었다.
공동 연구팀은 생화학적·발생학적 분석을 통해 세포막에 위치한 콜레스테롤이 신호전달체계에서 핵심 단백질과 결합해 전형적 신호전달로만 선택적으로 일어나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콜레스테롤이 기존에 알려져 있던 것처럼 세포막을 구성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신호등’처럼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신호를 조절하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한진관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특히 발암신호를 미연에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개념의 신약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