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가 ‘시력 보호’에 나선 이유?

[테크홀릭] 모니터는 한편으로는 화면 크기를 키우고 LCD와 LED를 거치면서 명암비와 시야각, 응답속도 등 성능 향상을 꾀할 만한 다양한 요소를 발전시켜왔다. 요즘 눈길을 끄는 건 이미 높아질 만큼 높아진 이런 단순 사양이 아니다. 모니터 업체가 속속 채택하고 있는 시력 보호 기능처럼 안전성에 초점을 둔 차별화 경쟁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경성글로벌코리아가 선보인 큐닉스 QX320QHD 슈퍼울트라 역시 이런 시력 보호 기능을 얹은 32인치 QHD 모니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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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박임 없애고 청색 파장 줄이고=플리커(Flicker) 현상은 한마디로 말하면 화면이 깜박거리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게 형광 램프. 플리커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깜박임을 통해 밝기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모니터 역시 형광등처럼 CCFL 당시 해당 기술을 그대로 옮겨와 플리커, 그러니까 깜박임으로 밝기를 조절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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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CCFL이 아니라 LED를 이용하는 만큼 사실 깜박임으로 밝기를 조절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플리커가 발생하면 오랫동안 쓸수록 피로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 마치 영화를 오랫동안 보면 눈에 보이지 않게 프레임이 깜박이면서 피로감을 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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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X320QHD 슈퍼울트라는 이런 플리커프리, 그러니까 플리커 현상이 없는 제품이다. 밝기를 깜박임으로 조절하는 대신 전압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 제품과 마찬가지로 LG전자가 선보인 플리커세이브나 벤큐가 내놓은 아이케어, 삼성전자의 일부 모델 등이 모두 플리커프리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경성글로벌코리아 측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선 처음으로 플리커프리 기능을 채택했다는 게 차이라는 설명이다.

이유는 이렇다. 플리커프리 기능을 지원하려면 패널은 물론 모니터의 메인보드 격인 AD보드가 플리커프리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모니터 내부에 들어간 AD보드 대부분이 외산이다 보니 원하는 대로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QX320QHD 슈퍼울트라에 들어간 AD보드는 큐닉스가 국내에서 자체 제작한 것이어서 원하는 대로 플리커프리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이 제품이 말하는 시력 보호 기능이 플리커프리 하나만 말하는 건 아니다. 플리커프리와 1+1 세트를 이룬 건 로우블루라이트(Low Blue Light). 이 기능은 쉽게 말하자면 모니터에서 발생하는 청색 파장(Blue Light)를 줄여주는 것이다.

청색 파장은 태양광을 비롯해서 모니터는 물론 형광등이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내뿜는 가시광선 중에서 자외선과 가장 비슷해 망막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청색 파장은 수면 장애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노출되면 시력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청색 파장이 좋지 않은 이유는 이 영역대가 망막 끝 시신경까지 건드릴 수 있기 때문.

QX320QHD 슈퍼울트라는 본체 옆면 OSD 버튼 쪽에 ‘Eye’ 버튼을 배치했다. 버튼을 누르면 로우블루라이트를 70% 수준으로 줄여주는 아이프리(Eye Free) 기능으로 한 번에 전환된다. 제조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버튼을 누르면 화면 내 청색 파장은 70% 수준으로 줄어든다.

물론 이 버튼을 누르면 화면은 전체적으로 조금 누렇게 보인다. 청색 파장을 평소 100% 기준에서 30%를 빼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70%로 설정한 이유를 들어보니 조금 화면색이 누렇게 바뀌기는 하지만 색상을 완전히 왜곡화지 않으면서 청색 파장 수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춘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우블루라이트 기능을 이용하면 독서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큐닉스가 내부에서 이 기능을 일명 ‘독서모드’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버추얼4K “UHD 텍스트 가독성 해결사”=물론 이 제품이 시력 보호 기능만 갖춘 건 아니다. 제조사가 강조하는 걸 보면 32인치 모델이 보통 풀HD를 지원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제품은 QHD, 그러니까 HD보다 4배인 2560×1440을 지원한다. 물론 이왕 쓸 거 UHD, 4K면 얼마나 좋겠냐 싶겠지만 제조사 측은 아직까지 UHD가 모니터에 들어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가 UHD TV를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첫째 TV로서는 훌륭하지만 모니터로서는 가독성이 아무래도 너무 떨어져서 아직까지 의구심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둘째는 샤오미 등이 내놓은 저가형 TV는 패널 자체는 QHD인데 다운스케일을 해서 UHD로 한 것이라는 것. 그 탓에 주사율이 30Hz에 불과하다. 제대로 활용하려면 60Hz 이상은 나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UHD가 영화 감상 등에는 좋을 수 있지만 모니터로서의 가독성은 떨어질 수 있고 아직까지 가격대가 만만찮다는 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 버추얼4K(Virtual 4K)라는 기능을 넣었다. 쉽게 말하자면 평소에는 그냥 QHD 해상도를 이용해 텍스트 가독성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볼 때에는 4K, 3840×2160 해상도를 가상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화면 재생률을 오버클록할 수 있는 기능도 담았다. 경성글로벌코리아 측은 해외 시장에서 오버클록 기능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바 있다. 모니터 입장에서만 보자면 국내에선 게임은 PC 게임 중심이다. PC 게임에서 더 원활한 그래픽을 즐기려면 보통 그래픽카드를 교체하게 된다. 하지만 해외 시장의 경우에는 콘솔 게임이 만만찮게 크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콘솔 게임기는 이미 사양이 정해져 있다. 결국 이럴 때 남는 여지는 화면 재생률을 높이는 것 밖에 없다.

화면 재생률을 높이게 되면 속도가 빨라진다. 보통 모니터의 화면 재생률은 60Hz다. 초당 60프레임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콘솔을 비롯한 상당수 게임은 120Hz도 던진다. 120Hz를 받으라고 던졌고 그래픽카드도 받아줄 수 있는데 정작 마지막에 모니터가 “난 60Hz 이상은 곤란하다”고 신호를 보내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 과정을 거쳐 모니터로 출력된 화면에는 잔상도 남게 된다.

오버클록이라는 게 보장을 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 QX320QHD 슈퍼울트라의 경우 평균 80∼90Hz, 최대 120Hz까지 화면 재생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잔상 없는 빠른 게임 화면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제품은 이를 위해 DL-DVI와 디스플레이포트, HDMI 포트 2개 등 콘솔 게임기 등 다양한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단자도 갖추고 있다.

이 제품은 32인치라는 널찍한 모니터 화면, QHD 해상도를 갖추고 있다. 사실 요즘 들어 모니터는 계속 커지고 있다. 그래봐야 모니터인데 커지면 얼마나 커질까 싶겠지만 일부 PC방에는 39인치 모델이 들어가는 곳도 있다. B2B 시장을 중심으로 32∼39인치 120Hz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도 엿보인다는 점에서 모니터 화면 크기가 40인치 이하까지는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볼 수 있다.

QX320QHD 슈퍼울트라의 경우 50만원대라는 화면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다. 모니터 경쟁은 큰 틀에서 보면 패널을 중심으로 한 화면 크기와 해상도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가격경쟁이라는 양념을 더해 이뤄진다. 하지만 경쟁 요소가 어찌 보면 너무 뻔한 만큼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QX320QHD 슈퍼울트라는 시력 보호 기능이라는 중소기업 모델에선 많지 않은 기능을 갖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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