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파워트레인 제어 시스템 다변화 `약이냐, 독이냐`

현대·기아차가 엔진 핵심 부품 공급 및 개발 협력선을 다변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12년 8월 보쉬와의 합작 청산 이후 현대케피코, 현대오트론을 통해 핵심 부품 내재화를 추진했지만 성과가 미미하자 그 대안으로 외부 업체와의 협력에 적극 나선 것이다.

실제로 델파이와의 신엔진 공동 개발에 이어 보쉬와의 재협력도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전략은 부품 공급선 다변화를 활용한 단가 인하 등의 장점이 있지만 핵심 제어 기술 내재화는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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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보쉬, 콘티넨탈, 델파이 등과 파워트레인 제어 시스템 개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자제어 개발 계열사인 현대오트론 설립 이후 핵심 부품 내재화를 추진했던 전략에서 선회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파워트레인 제어 시스템은 각종 센서, 액추에이터, 제어기 등으로 구성돼 엔진과 변속기를 제어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특히 출력을 비롯한 엔진 동력 성능과 연비, 배기가스 등을 좌우하는 자동차의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기아차 가솔린 엔진은 현대케피코와 콘티넨탈을 통해 주요 부품을 소싱하고 공동 개발을 진행해 왔다. 여기에 델파이가 새로운 협력선으로 부상했다. 현대·기아차와 델파이는 연비를 기존 엔진보다 25%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GDCI(가솔린 직분사 압축 점화) 엔진을 개발 중이다. 빠르면 올 하반기 실차 테스트에 돌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최근 2~3년간 엔진 제어 시스템 자체 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독자 엔진 개발 노하우와 제어 데이터가 부족해 벽에 부딪쳤다”며 “델파이와 신엔진 공동 개발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고민의 해법으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보쉬와의 협력을 재개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합작 청산 이후에도 현대케피코가 일부 보쉬 부품 제조 및 공급 라이선스를 내년 1월까지 유지하지만 그 이후에는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파워트레인 제어 시스템 다변화는 부품 업체 간 경쟁으로 공급 단가를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제어 시스템 내재화를 이용한 유연한 엔진 기술 및 성능 향상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연비 향상 등 엔진 효율성 개선이 당면 과제라는 점에서 제어 시스템 다변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현대오트론을 통한 자체 개발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며 “단기 성과에 연연하기 보다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로 파워트레인 제어 시스템 내재화 전략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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