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수익원인 스마트폰이 흔들리면서 신성장동력에 눈길이 쏠리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연착륙을 유도할 대항마가 지지부진하면서 삼성의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삼성그룹은 스마트폰 이후를 대비해 지난 2012년 태양광·자동차부품·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의료기기의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무선사업부 역시 지난 2012년 중반부터 스마트폰 시장 포화를 예상하고 스마트폰·태블릿PC·서버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주력 제품을 전환하는 연착륙 시나리오를 짰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부터는 급부상하는 시장인 스마트폰 주변기기 및 액세서리, 로봇까지 손대면서 차기 100조원 시장을 노렸다.
생활가전(CE)부문은 보급형 TV시장에서 서서히 발을 빼면서 후방 산업 발전까지 고려한 LED 조명과 의료기기를 신사업으로 정하고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신수종사업이 안착할 때까지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는 과제를 맡았다.
계획대로만 흘러왔다면 삼성전자는 지금 PC시장을 대체한 태블릿PC가 스마트폰 실적을 메꿔줘야 했다. 지난해 이미 1조원 이상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액세서리와 스마트 주변기기를 합한 매출액도 연간 2조~3조원을 넘어서면서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KT와 결별하면서 독자 개발을 시작한 로봇 사업 역시 기대됐던 분야다. 국내 SK텔레콤은 물론이고 일본 소프트뱅크 등 전 세계 이동통신 업체들이 로봇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실패했다. 무선사업부는 올해 초 태블릿PC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 4100만대보다 약 2배가량 늘려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반기 실적을 견줘보면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버 시장도 데이터센터 확충, 마이크로서버 시장 개화를 기대했지만 D램 성능 강화, 글로벌 IT 업계 동반 부진 등으로 아직까지는 뚜렷한 매출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LED 조명, 의료기기 사업은 여전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의료기기사업부는 지지부진하고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매출액이 줄어든데다 1분기 영업손실 68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LED 조명 역시 글로벌 시장 진입이 더디고 지난해에는 DS부문의 LED칩 신규개발도 일시 보류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여왔다.
두 사업은 특히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의료민영화와 원격의료 등 정부 규제 이슈에 휘말렸다. 규제를 풀어보려는 삼성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제품 경쟁력보다는 일단 쉽게 공략 가능한 내수 위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미 비대해진 조직을 지속시키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2년 전에 스마트폰 사업 이후 연착륙 시나리오가 공유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사업이 가져다 주는 막대한 수익에 취해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온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