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내연기관 車 개발 지원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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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연간 자동차 생산량 346만대를 돌파하며 프랑스를 제친 이후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에는 자동차 420억달러, 자동차부품 197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 자동차 산업 전체 무역흑자 규모는 617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가 285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의 2.2배를 달성한 셈이다.

또 자동차 산업 종사자는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10.7%에 달하며 전체 제조업 수출의 13.1%를 차지한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산업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은 가솔린, 디젤 엔진 등 전통적인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자동차의 경쟁력이다. 비록 최근 원유 가격 상승, 연비 규제 및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 등으로 인해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해 출시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또 연료전지자동차와 전기자동차는 수소공급 인프라, 배터리 성능 및 충전 인프라 등의 문제로 인해 보급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놓고 볼 때 우리 자동차 산업의 지속 성장과 미래 자동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통적 파워트레인 자동차의 효율 향상을 위한 지속 연구개발과 미래 친환경 자동차 원천기술 개발, 그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스마트, 자율주행 자동차 등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또 에너지부(DOE) 주도로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ACE(Advanced Combustion Engine) 프로그램에 3년간 약 4000억원 규모 연구비를 투입해 신연소, 배출가스 저감, 배기에너지 회수 기술 등 기존 내연기관 성능과 효율 향상 연구를 집중 지원한다. 이를 통해 신기술 개발과 전통 기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좇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중점 지원하는 기술 개발 분야가 바뀌었다. 참여정부는 연료전지자동차, 이명박정부는 전기자동차를 중점적으로 지원했으며, 박근혜정부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기술 선점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래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집중지원 분야가 정부마다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2012년에 생산한 456만대 중 315만대를 수출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해외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친환경 차량 및 스마트 차량 관련 기술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점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 아래 특정 분야에 연구비 지원을 집중시키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무역수지 흑자의 효자상품인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줄인 것은 큰 문제다.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기여도를 고려하고, 최근 국내 시장에서 우수한 연비 및 배출가스 성능을 앞세운 유럽산 디젤 승용차가 판매 약진하는 상황을 보면 심히 우려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가솔린 및 디젤엔진 자동차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대학 및 연구소와 같은 비영리 기관에서의 연구개발 활동은 크게 위축돼 겨우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이는 자동차 기술 고급인력 양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미래 자동차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래 자동차 기술은 기존 자동차 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일궈온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대비한 미래 기술 투자와 더불어 기존 기술 향상을 위한 투자도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 현 정부가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용석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국민대 교수 yscho@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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