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해외 공장 신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현대차 중국 4공장, 기아차 멕시코 신공장 건설이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미국 등 최대 자동차 시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세계 5위 완성차 업체로써 규모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내실과 품질 강화에 방점을 찍은 최근의 경영 기조에서 조심스럽게 공격 경영으로 선회하는 신호로도 해석됐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 공장을 짓기로 하고 조만간 멕시코 주정부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는 MOU 교환 직후 곧바로 착공에 들어가 2016년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멕시코 공장이 지어지면 기아차의 여섯 번째 해외공장이자, 남미지역 첫 번째 공장이 된다. 멕시코 공장은 연산 30만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K3와 프라이드, 쏘울 등 중소형 차종을 생산할 예정이다. 멕시코 공장이 완공되면 기아차의 해외 생산 능력은 연간 168만대로 늘어난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북미와 남미 시장을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 생산 거점이라는 점에서 신설에 속도가 붙고 있다. 또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는 등 포화 상태에 이르러 공장 신설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기아차가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은 북미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유리하다.
현대차의 중국 충칭 4공장 건설도 중국 중앙 정부의 최종 승인 절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산 30만대 규모의 충칭 4공장이 신설되면 현대차의 중국 생산량은 135만대로 늘어난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중 판매 성장률이 최하위에 머물러 중국 공장 신설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 증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져 생산 확대를 미룬다면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화 강세 등 위험 요인도 만만치 않지만 생산 확대 시기를 놓치면 올해 1000만대 판매 돌파에 도전하는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국 충칭 4공장 및 기아차 멕시코 공장 신설은 검토 중이지만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다”며 “내실 및 품질 경영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경영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