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추락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 활동 핵심주체인 기업들의 분위기가 중요한데 정부가 방향제시 없이 ‘뒷짐’만 지면서 실물경제에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의 6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7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기업이 실제로 느끼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BSI는 지난 1월 76에서 4월 82로 꾸준히 상승했으나 5월 79를 기점으로 꺾였고 6월에도 하락세다.
전망도 밝지 않다. 7월 업황 전망 BSI도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78로 예상됐다. 민간의 체감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도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한 94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내수 부진, 원화 강세, 신흥국 성장세 둔화로 체감경기가 나빠졌다”며 “전기전자 업종 등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도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7월 BSI도 94.0으로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 채산성 부담, 산업생산 부진, 세월호 사태 이후 회복이 늦어지는 내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기업 체감경기 둔화 속에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내리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4.2%→4.1%), 현대경제연구원(4.0%→3.6%), 한국개발연구원(3.9%→3.7%), 한국경제연구원(3.5%→3.4%) 등이 모두 최근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 연말 예상했던 것보다 우리나라 경제 활력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최근 제주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경제는 무엇보다 심리가 중요한데 세월호 사태 여파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경제 단체와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정책 대안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연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불필요 기업규제 개선’ 등은 사실상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개점휴업’ 상태다.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 하락을 놓고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주시하고 있다”는 말 이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 경제 분야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고 주요 대기업 투자도 별다른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경제 분야에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산업 중심의 체감 경기회복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새로 출범할 최경환 경제부총리 체제의 조기안착과 기업의 ‘기(氣)’를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추이 / 자료: 한국은행>
<주요 경제연구기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단위:%) / 자료: 각 기관>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