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모니터 화면이 계속 커지고 있다. 모니터는 TV로 따지면 브라운관 같던 CRT에서 2000년 LCD, 다시 2010년에는 LED와 OLED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크기와 색상이라는 2가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런 화면 크기 발전 여력이나 색상에 대한 기본기가 확보된 2010년 이후에는 다시 사양과 디자인 중심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모바일을 비롯한 외부기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호환성이라는 트렌드가 곁들여진 상태인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은 크게 양분화되는 현상을 겪는다. 성숙기 시장에서 일어나는 저가격화와 반대로 높은 사양을 중심으로 한 고스펙 제품이 그것이다. 물론 큰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선 시장 경쟁력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모니터 시장에서 보면 가장 큰 B2B 시장 가운데 하나인 PC방을 중심으로 27인치는 줄어드는 반면 32∼39인치 이상 120Hz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도 엿볼 수 있다. 화면 크기는 별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없는 상태에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확실한 차별 수단이기 때문이다.

6월 27일 신형 모니터 모델을 내놓은 경성글로벌코리아 김준길 대표 역시 모니터 대형화에 초점을 맞춰 신제품을 준비 중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1∼6월까지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를 통한 모니터 데이터를 보면 24인치 29.64%, 27인치 22.63%, 23인치 21.7% 순을 나타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4인치 이하 중심이었지만 27인치 비중이 2위까지 올라간 것이다.
QHD 해상도는 다른 경쟁사와의 차별화 수단으로 삼는 것 가운데 하나다. 다시 다나와 데이터를 꺼내보면 올해 판매된 모니터 중 77.27%는 1920×1080 풀HD다. 아직까지는 풀HD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QHD, 그러니까 2560×1440의 점유율은 최근 들어 5%대로 올라서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회사가 선보인 QX320QHD 슈퍼울트라 피벗은 32인치(81.3cm) 와이드 화면에 해상도 2560×1440, 명암비 3,000:1, 밝기 300cd/m, 응답속도 5ms 등을 지원한다. 듀얼링크 DVI와 디스플레이포트, HDMI 2개 등도 갖췄다.
◇ “올해 모니터 시장, 가격 인하 현상 겪을 것”=김 대표는 올해 모니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격 인하 현상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과 경기 둔화로 인한 판매 감소, 이로 인한 덤핑으로 역마진이 발생해 자칫 제조사와 시장이 붕괴되는 현상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결국 “패널 구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제품 구성으로 다양한 유저 입맛에 맞추는 게 답”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발표한 QX320QHD 슈퍼울트라 외에도 피벗 기능을 더한 슈퍼울트라 피벗 등을 선보인 것도 이런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김 대표는 안드로이드 솔루션을 얹은 QX2300 스마트 모니터를 내놓은 이유도 같은 이유라고 말한다. 이 제품은 하드웨어는 큐닉스, 콘텐츠는 팬더미디어가 맡아 모니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집어넣은 것이다. 스마트폰, 태블릿과의 호환성을 높이려는 것. 향후 3D와 터치는 물론 23인치에서 70인치까지 다양한 화면 크기를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아직까지는 테스트 시장으로 접근한 것이지만 B2B를 중심으로 수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설립 이후 초기에는 이베이 등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부터 문을 두드렸다. 김 대표는 “지금도 이베이 등에서의 큐닉스 브랜드 점유율이 50%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나 시장 악화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의 하나로 해외 시장을 위한 서비스와 다양한 사양대별 제품,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 다국어 지원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번 32인치 모니터 출시에 맞춰 다양한 파생 모델로 시장별 공략을 강화할 심산이다. 32인치 광시야각을 지원하는 PC방 전용 모니터는 물론 120Hz 모델로 선보인다. 이어 하반기에는 39인치 광시야각 120Hz 모델로 화면 크기를 키울 생각이다. 요즘 관심을 끄는 4K, UHD 모니터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본격적인 4K 모니터 시장은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 4K 시장 본격 경쟁은 내년, 이젠 규모 경쟁=실제로 주요 업체 가운데 하나인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로드맵을 보면 해상도 3840×2160, 163ppi를 지원하는 27인치 UHD IPS 패널을 올해 3분기부터, 4096×2160, 149ppi IPS 패널은 4분기부터 생산에 들어가는 등 하반기부터 4K 데뷔전을 치르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길 대표는 모니터 대형화나 차별화 기능 외에도 TV 시장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이미 제품을 개발 중이며 10월 정도에는 샘플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32인치와 40인치 외에도 55인치와 65인치까지 다양한 크기를 확보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TV 시장 역시 내년에는 4K, UHD TV쪽 출시를 계획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끼어있는 TV 시장에 중소 모니터 업체가 진입하려는 이유는 뭘까. 일단 모니터 화면이 커져 TV와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것만 있는 건 아니다. 회사 측 관계자는 “결국은 매출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모니터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업체 수는 150개 이상(다나와 데이터에 따르면 153개)에 달한다. 하지만 모니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올해 1∼6월까지 다나와 내 판매량을 예로 들면 7만 4,882대. 지난해 같은 기간은 8만 7,394대다. 물론 모든 시장을 합산한 것은 아니지만 모니터 시장 규모 자체는 정체되어 있다는 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경쟁업체는 150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니터 시장은 규모의 경제, 그러니까 패널 구입 능력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나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힐 여지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TV 시장이 모니터 업체 150개 이상이 전부 뛰어들 수는 없는 문턱이 있는 곳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경쟁 업체와 차별화나 규모의 경제를 만들 만한 여지가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모니터 시장은 그리 ‘핫한’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중소 업체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 뿐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저가격 모델이 쏟아지는 지금 어떤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