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전장화와 스마트카 등장으로 자동차와 IT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계공학의 완성으로 산업화를 이끌어온 자동차는 성능·편의성 등에서 발전을 지속해 왔지만, IT기술의 발달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자동차의 전자화는 이제 차량의 가치를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에서 IT 관련 기기 및 부품의 비중이 증가하고, 이동통신기술과 모바일기기의 발전으로 차량 내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등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되어 편의성이 증진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 것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쇼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다. 601개에 달하는 완성차와 부품 업체들이 참여했으며,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들이 수년 간 준비해온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고 하나의 스마트 전자제품이었다.
여기에 나타난 최근 자동차-IT 기술 융합의 트렌드는 커넥티드(연결성), 친환경차, 웨어러블기기, 무인자동차와 자율주행기술, 스마트폰 연동, 자동차용 OS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화두는 연결성이다. 자동차와 스마트 디바이스 간의 연결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우디·벤츠·GM 등 자동차업체들은 4G LTE 탑재나 인터페이스 기능을 장착하며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전기·전자 분야의 다양한 기술이 집적된 친환경차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컴퓨터와의 융합도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응해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13대 미래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로 스마트자동차를 선정하고 자동차산업과 전자·IT를 융합, 고도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도로-ICT 인프라 연결, 스마트 자동차 생태계 조성, 부품업체 육성을 통한 스마트 자동차 확장 및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자동차IT융합 정책이 범부처적으로 수립되고 있다.
하지만 두 산업의 융합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생태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은 전형적인 폐쇄적 수직구조로 새로운 IT기업의 진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또 안전성을 최우선시 하는 자동차업계의 까다로운 시험·인증 등의 요구하는 사항을 ‘타임 투마 켓(Time to Market)’에 익숙한 IT업계가 만족시키기에는 쉽지 않다.
따라서 양 산업의 성공적 융합을 위해서 상호 산업에 대한 이해와 신뢰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와 전자·IT업계가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식채널에 대한 필요성이 최근의 자동차나 IT 산업계 간담회에서 계속 요구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국내 IT 및 전자 업체를 중심으로 ‘자동차 전자·IT 협의회’를 구성하여 자동차 산업에 대한 IT업계의 이해를 돕고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업종과 연계할 수 있는 우수 전자·IT 기업의 지속적 발굴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전자·IT 업계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 시장을 열어내며 성장해 왔다. 이제는 단순 기술이나 제품이 아닌 소비자들의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TV 등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IT와 자동차의 융합은 전자·IT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전자·IT 산업계 뿐 아니라 기존의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이전의 완성차 업체와 중·대형 부품업체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 변화 및 산업 구조 개편에 관심을 갖고 역량 강화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며, 시간이 지나면 기술적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진다.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는 IT와 자동차의 융합화에 바로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namis@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