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블랙리스트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흘렀지만 단말기와 서비스를 함께 파는 묶음 판매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동통신 3사간 롱텀에벌루션(LTE) 전면 유심(USIM) 이동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유심이동보다는 단말기와 서비스를 동시에 구매하는 가입자가 대다수를 이뤘다.
정부는 알뜰폰 지원 정책이 단말과 서비스를 분리하는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유심이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기술적인 측면과 단말기 보조금 2가지가 꼽힌다.
올해 초 CJ헬로비전과 에넥스텔레콤이 LTE 정액 반값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가입자 모집에 한계가 있었던 이유는 SK텔레콤·LG유플러스 기존 가입 단말로는 KT망을 사용하는 CJ헬로비전 유심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G 스마트폰(SKT·KT)간에는 유심이 완전히 연동돼 서로 호환이 되지만, LTE는 지난해 7월 유심이동제 시행 이전 생산 단말기끼리는 유심칩을 바꿔끼워도 전화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통신사를 이동하면 단말기를 새로 구입해야 했고 멀쩡한 구형 단말기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LG유플러스 단말기는 SK텔레콤·KT와 달리 음성을 2G·음성LTE(VoLTE)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타사 단말기와는 유심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요금제보다는 단말기 보조금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하는 현상도 단말·요금제 분리가 안 된 이유다. 이통 3사가 동시에 고가 요금제를 제안하면서 단말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선택지를 단말기 가격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에넥스텔레콤 이외에 SK텔레콤망을 쓰는 SK텔링크, KCT와 KT망을 쓰는 홈플러스·에버그린모바일, LG유플러스망을 이용하는 미디어로그가 반값 요금제를 대거 내놓으면서 기존 이통사 사용자들이 쓰던 단말기에 그대로 알뜰폰 유심칩을 끼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마침 중고폰 거래 시장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라 고가의 새로운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기보다 저렴한 요금제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오는 10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단통법)이 시행과 맞물려 단말과 서비스가 더욱 분리돼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말기와 서비스가 분리되면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통사와 짬짜미를 통한 제조사보조금을 지급하기 보다 다양한 기능·디자인의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마케팅보다는 제품 위주 경쟁에 치중하게 돼 결과적으로는 제조업계 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비정상적으로 쏠림현상이 심한 국내 단말기 시장이 다변화 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