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IT업종에 경고등이 켜졌다. 디스플레이 등 주요 품목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지난 1분기 관련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9년 새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은 상장기업 1518개사와 주요 비상장기업 144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1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을 내놓았다.
전기전자업종을 포함한 IT기업의 1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이는 2005년 -0.5%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전 분기(10.6%), 작년 동기(7.2%)와 비교해도 큰 폭의 하락세다.
IT기업의 1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2009년 0.8%로 주춤했으나 2010년 31.1%로 급증했고 2011년 4.0%, 2012년 17.6%였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은 성장세가 양호했지만 디스플레이 매출이 급감하면서 IT기업 매출액 증가율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매출액 증가율은 감소했지만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지난 1분기 10.2%로 전 업종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반도체·스마트폰 등에 힘입었다.
전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모두 개선됐다. 다만 최근 들어 부채비율이 소폭 상승해 안정성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5%로 작년 같은 기간(-0.5%)의 부진을 털어냈다. 특히 자동차(9.0%), 가구 및 기타(8.6%), 건설업(7.7%)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같은 기간 4.8%에서 5.2%로 개선됐다.
작년 1분기 상장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아 48원을 남겼다면 올해 1분기에는 52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채무조정 관련 이익이 늘어나면서 매출액 세전순이익률도 4.8%에서 5.6%로 향상됐다.
이자보상비율은 422.0%에서 477.7%로 높아졌다. 이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이자의 4.8배가량 된다는 뜻이다. 영업수익으로 이자를 감당 못하는 기업의 비율(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도 전체의 32.7%에서 31.9%로 줄었다.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작년 말 95.5%에서 1분기 말 97.2%로 소폭 악화됐다. 차입금의존도도 25.4%에서 25.5%로 높아졌다.
현금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은 1분기 45.2%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4%포인트 하락했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1분기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반영돼 기업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2분기 기업 실적에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주요 성장성 지표 추이
(자료: 한국은행, *( )내는 제조업, 연간 재무제표 공시자료를 이용하여 분기실적을 산출. 매출액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비교)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