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이 무더기 낙제점을 받았다. 사건 사고가 없는 이상 전반적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에너지 공공기관도 과다한 부채와 복리후생 등 방만 경영을 타깃으로 한 이번 검증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르면 에너지 공공기관 중 경영평가 A등급을 받은 곳은 전무하다. 그나마 B등급을 받은 곳도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에너지관리공단 정도로 전력생산과 자원개발과 같은 전통 에너지 공공기관은 모두 C등급 아래에 포진해 있다.
지난해 경영평가에서는 에너지 공공기관 약진이 두드러졌었다. 한국남동발전이 2년 연속 A등급을 받는가 하면, 한국남부발전이 새롭게 A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B등급으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지난해에는 A등급 이었다. B등급도 한국전력을 포함해 6곳이나 됐었다. 경영평가에서 그동안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던 에너지 공공기관이 불과 1년 새 추락한 셈이다.
이미 예고됐던 바다. 올해부터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시작하면서 대규모 설비투자와 해외자원개발 사업 등에 나섰던 에너지 공공기관은 중점 경영혁신 대상 후보였다. 여기에 자녀 학자금 지원 등 과도한 복리후생이 도마에 올랐다. 영업 실적까지 하락한 발전공기업은 대부분 두 단계씩 등급이 하락했다.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은 B등급을 받았고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은 각각 B, B, C등급에서 모두 D등급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난해 E등급에서 올해 C등급으로 올라서 에너지 공공기관 체면치FP를 했다.
전력수급관리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평가위원은 지난해 전력수급 역시 원활하지 못했다고 봤다. 한국전력공사가 흑자전환을 했지만, 자구노력보다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것이고 전력공급 노력이 미흡해 국민 불편을 초래했다고 평가해 지난해보다 한 단계 낮은 C등급을 줬다. 밀양사태 등 송전탑 건설 관련 갈등관리 노력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해 B등급에서 D등급으로 하락했다.
성적 하락과 함께 해임건의와 경고조치 대상에 포함된 에너지 공공기관장도 많았다. 총 14개 해임건의 공공기관 중 에너지 공공기관이 한국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 5개에 달했다. 경고 대상 기관도 16개 중 한국동서발전,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다수의 에너지 공공기관이 포함됐다.
원전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D등급에서 올해는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계속해서 원전 재가동과 내부 쇄신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납품비리로 국민안전에 위해 요인을 발생시켰다는 점이 평가에 엄격하게 반영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C등급에서 E등급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공공기관 관계자는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개선 등 어느 정도 등급하락을 예상했었다”며 “부실자산 처분 등 내부 경영혁신을 계속해 9월에 있을 정상화 중간평가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 경영평가 변화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