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2014년 벤처 월드컵에 한국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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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0. 중국과 한국의 ‘2014 벤처월드컵’ 점수 차다. 후반전에 더 벌어진다. 만회 골도 기껏해야 한 골이다.

미국 나스닥은 세계 기술벤처인에게 꿈의 무대다. 웨이보 등 중국 8개사가 올해 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올랐다. 하반기 10여개 회사가 더 는다. 대박 기대주인 알리바바닷컴도 있다.

한국 기업은 없다. 벌써 몇 년 째다. 만일 네이버가 연내 미국에서 라인을 공개한다면 간신히 영패를 면한다. 일본 자회사니 개운하지 않다.

‘나스닥 상장이 뭐가 중요해’ ‘우리도 해본 것 아냐’라는 반문이 나온다. 물론 그렇다. 상장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주가와 거래량 관리를 잘해야 살아남는 곳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꾸준히 입증해야 가능하다. 세계 기술벤처 경쟁력이 한눈에 드러나는 곳이라는 의미다.

중국은 이스라엘을 제치고 미국과 결승전을 앞뒀다. 한국은 지역예선 탈락을 걱정하는 신세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인도 순위가 우리보다 앞선다. IPO만이 아니다. 인수합병(M&A), 글로벌 스타 벤처 배출까지 우리가 딱히 잘 하는 게 없다.

창업이 어렵다는 인도다. 그래도 세계 기술벤처산업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인모비는 모바일 광고플랫폼 업체다. 이 분야에서 이미 구글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페이스북이 올 초 인수한 앱 분석솔루션 업체 리틀아이랩스는 인도 청년 창업가에게 대박 꿈을 키워준다.

우리도 한때 인터넷 혁신을 주도했다. 외국 기업이 베낄 정도였다. 지금은 우리가 외국 기업을 뒤쫓는데 급급하다. 미국뿐만 아니다. 중국, 인도 신생 벤처기업의 비즈니스모델까지 베낀다.

기술벤처산업이 이 지경까지 추락한 요인은 대기업 편중 산업구조와 정책, 벤처육성 정책 실패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탓을 하는 것도 이제 지겹다. 더 망가지기 전에 제대로 뜯어고치는 시도라도 한번 해야 한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무대에 꾸역꾸역 얼굴을 들이민다. 좋은 선수가 꾸준히 나온 덕분이다. 그런데 국내 리그 운영을 보면 창피한 수준이다. 응원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중계를 보려고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찾는 나라다. 자국 리그가 이렇게 홀대를 받는데 월드컵에 나오니 정말 신기하다.

기술벤처 글로벌 경쟁력을 살리려면 국내 리그부터 활성화해야 한다. 다행히 좋은 선수가 아직 있다. 일부 젊은 창업가는 글로벌 세대답게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린다. 하지만 곧 힘에 부친다.

정부가 벤처 투자 지원을 늘렸다는데 도대체 느낄 수 없다. 투자자를 만나보니 달을 놔두고 손가락만 보며 뭐라 한다. 성공 벤처 대기업도 재벌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 혁신 생태계 구축보다 재벌 기업 흉내만 내니 더 괘씸하다.

희망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막 성공궤도에 진입한 일부 벤처기업과 벤처창업자 출신 엔젤투자자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작은 기업이라도 인수하면 제값을 주려 한다. 인수하지 않아도 다른 기업과 연결해주거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다. 눈물겹게 고마운 일이나 이걸로 부족하다.

훨씬 힘이 센 정부, 금융사, 투자자, 대기업이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 안 되면 강제로 바꿔야 한다. 금융투자와 기술산업 정책을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확 갈아엎어야 한다. 외국에 없는 투자규제도 빨리 없애야 한다. 이로 인해 생길 부작용보다 꿈을 펼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생길 좌절과 분노가 더 위험하다. 브라질 월드컵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 만분의 일만 벤처 월드컵에 기울여도 우리 미래가 달라진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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