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3D프린팅 기술기반 제조혁신지원사업이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범정부 공동으로 마련한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의 첫 번째 과제다. 중소기업 등 산업계가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생산 공정을 개선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12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기업의 제조혁신 지원을 위한 ‘3D프린팅 기술기반 제조혁신지원센터’를 경기도 안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센터 한 곳에만 설치할 계획인 가운데 예산 부족으로 그나마 부분 가동에 그칠 상황이다. 센터는 내년 6월 시흥 뿌리기술지원센터로 옮길 예정으로, 이 또한 예산과 관련돼 있다.
산업부가 올해 기업의 제조혁신 지원사업을 위해 확보한 예산은 20억원. 센터 구축과 함께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 등에 소요될 비용이 포함된다. 이는 제대로 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예산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센터 한 곳에 100억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정부도 60억~70억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힌다. 모델링부터 프린팅·후처리 등 3D프린팅 공정 전반을 취급할 제대로 된 장비와 컨설팅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 장비 하나를 갖추는 데만도 수억원에서 10억원 정도 소요되고 장비도 소재와 용처별로 다양하게 구비돼야 한다”며 “기업들은 국내 여러 곳에 센터가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산에만 세워지면 접근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모 대학교수도 “과거에도 유사한 장비를 갖춘 센터를 구축했지만 기업 요구에 맞지 않아 활용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전시행정에 그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장비 하나에 들어가는 예산을 10억원가량으로 예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의 예산 구조로는 하나의 센터를 완성하는 데 3년 정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산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는 센터를 전국 6개 권역별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센터가 일부 장비만을 갖추거나 아니면 수년 후에나 구축이 가능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내년 관련 예산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관가에서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안전분야 예산 소요가 많아 신규 및 기존 사업 예산 확대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학계 한 관계자는 “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시설을 갖추지 못한다면 차라리 3D프린팅 업계가 경쟁력을 높여 장비의 국산화를 통한 가격 인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가의 3D프린팅 산업용 장비 9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이 분야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이번에 정부가 구축하는 장비 역시 외국산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