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와 보완을 골자로 한 세 가지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통 3사는 인가제 존폐에 대한 기존 방침을 고수해 미래부 최종 결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미래부는 12일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기존 인가제를 대체할 주요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개선안은 △인가제 폐지 및 신고제 보완 △완전 신고제 전환 △인가제 보완 등이다.
주요 개선안은 인가제 선(先)폐지 후(後)보완하는 두 가지 방식과 인가제를 유지·개선하는 한 가지 안으로 구분됐다. 미래부가 인가제를 폐지하고 사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무게중심을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래부가 이날 공개한 개선안 중 인가제 폐지 및 신고제 보완은 기존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현행 신고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핵심이다.
이동통신과 시내전화 등 제1 사업자가 신고한 약관에 대해 부당한 이용자 차별 행위 등을 심사해 필요하다면 보완을 요구하고, 요금 적정성은 요금제 시행 일정 기간 이후 판매 결과를 기초로 사후 규제하는 방식이다.
완전 신고제 전환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완전 신고제는 1위 사업자도 사전 심사 없이 신고하도록 하는 것으로, 1위 사업자의 신규 요금 출시 기간이 단축되는 등 기존 인가제에 따른 문제점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이 우려된다는 게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외에 인가제 보완은 현행 인가제를 유지하되, 사전심사를 완화하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인가 이후 판매결과를 기초로 약관변경 명령 혹은 과징금 사후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이통 3사는 이통시장 경쟁 상황에 대한 엇갈린 주장을 펼치며 극명한 찬반 입장을 피력했다.
SK텔레콤은 인가제가 사업자 간 경쟁을 저해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시장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현재 경쟁환경에서 인가제가 폐지되더라도 선발사업자가 후발사업자를 위협하는 약탈적 요금 설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인가제는 시장지배력에 대한 유일한 사전 규제 장치라며, 인가제 개편 논의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충성 KT 상무는 인가제 개편의 전제는 시장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앞으로 시장지배력을 상실하고, 시장이 유효한 경쟁으로 나갈 것임이 확실하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현재 인가제 개선 논의는 시장경쟁 활성화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인가제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인가제를 유발시킨 현재 이통시장의 불균형 경쟁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지속적인 경쟁활성화 정책을 발굴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인가제 존치를 요구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