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창의 소재 개발은 방법부터 달라야

‘어젯밤 서울 시내 빌딩 화재 현장에서 도마뱀처럼 달라붙는 비상 장갑을 끼고 30명 전원 무사히 탈출’ ‘올여름 바캉스 최고 상품은 개인용 금속 슈트를 입고 다녀오는 제주도 1박 2일 자유비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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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불가능하지만 머지않아 과학기술이 우리 일상에서 실현시켜 줄 일들이다. 비슷한 장면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아이언맨’에서 소개된 바 있는데 이처럼 꿈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 과학기술의 핵심은 바로 ‘소재’다.

지난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은 백열전구 특허권을 신청했다. 에디슨은 필라멘트 재료를 무수히 바꿔가며 당시로서는 대단한 거금인 4만달러를 투자했다. 그가 무려 1200회를 넘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괄목할 만한 결과를 얻은 것은 1879년 10월 말이었다.

백열전구 발명으로 세계 인류는 어두운 밤까지 활동 시간을 연장했고, 이는 인류문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에디슨의 백열전구는 앞서 1802년 험프리 데이비의 백금 백열전구 연구부터 시작해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개선되며 반영된 결과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백열전구의 핵심 소재인 텅스텐 필라멘트를 개발하는 데 무려 77년이 걸린 셈이다.

우리나라에 백열전구와 전기가 소개된 것은 1883년 미국에 다녀온 조선 최초 외교사절단 보빙사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고종은 보빙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미 에디슨사에 전등소 설치를 의뢰했고 이후 1887년 경복궁의 후원인 향원정 일대에 우리나라 최초로 전깃불이 켜졌다. 우리나라의 첫 전등은 16촉광 700개. 촛불 하나가 1촉광도 못되는 밝기라고 하니 밤이 낮으로 바뀐 것이나 다름없었다.

1907년에는 과학자 베이디커가 투명 전도성 산화막이라는 물질을 발명했다. 유리 같은 산화막은 투명하지만 전기가 흐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 시절이었으니 놀라운 발명이었다. 그로부터 한참 후인 1951년 미국 코닝사는 산화인듐주석이라는 이제까지 밝혀진 가장 좋은 투명 전도성 산화막 특허를 획득했다.

이 투명 전도체는 이후 평판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스마트폰 등 수많은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키는 핵심 역할을 했다. 투명 전도체라는 신소재가 없었다면 이러한 산업은 애초 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소재 개발에는 긴 시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어려운 만큼 한번 성공하면 그 효과는 산업뿐 아니라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진다. 지난해 세계 소재 시장 규모는 약 8조달러, 우리 돈으로 8000조원을 넘었다.

안타깝게도 소재 시장은 미국·일본·중국 3개국이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분야별로 다르지만 2~15%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부끄럽게도 대일 무역 적자의 40~50%가 소재 분야에서 발생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소재의 중요성을 오래 전 인식하고 소재 산업 육성을 위해 부품소재특별조치법 등의 법률을 제정해 많은 지원을 했다.

그러나 미·중·일 소재 강국을 뛰어넘어 신소재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과학적인 영감과 시행착오 방식을 탈피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소재 연구자들은 2012년 말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의 소재 개발을 준비했다. 그 결과로 미래창조과학부는 물리·화학·수학·생물·정보통신과 연계한 신(新)연구개발 방법론을 적극 수용해 ‘창의소재 디스커버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현 정부가 제시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 계획과도 일치하는 사업이다. 최첨단 실험기술과 계산과학을 접목하고, 흩어져 있는 실험 결과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정리·분석한다면 더 빨리, 더 적은 투자로 세계 최고 소재 강국에 한발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한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jhah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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