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친환경차 시장 `티핑포인트` 온다

지난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그동안 성장을 주도하던 일본의 비중이 2009년 이후 처음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미국과 유럽이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등장하면서 국가별 성장 단계의 차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과 미국의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정부의 지원 없이 업체 간 경쟁과 소비자의 수요에 의해 성장하는 자생적 성장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반해 유럽은 아직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제품별로는 전기차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전기차는 가격 인하와 신차 출시에 힘입어 전년보다 두배 이상 성장했다. 또 BMW와 르노 등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 당분간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친환경차 시장이 점점 ‘티핑포인트’에 다가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0년 친환경차 시장은 800만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8% 수준에 다다르면서 본격적인 확대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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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친환경차 시장

최근 친환경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별 성장 단계의 차별화다. 최대 시장인 일본의 수요는 감소한 반면에 미국과 유럽이 증가세를 보이며 친환경차 시장의 3대 축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일본의 친환경차 판매는 82만5000대로 전년에 비해 7% 감소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하이브리드카(HEV) 지원 정책 중단의 영향이 크지만, 업체들의 지속적인 신차 출시와 수요 지속으로 자생적 성장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소비자 인식 변화에 힘입어 친환경차 비중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주류 모델로 시장에 안착했다. 실제로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친환경차 비중은 10%를 넘고,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친환경차가 과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미국도 보조금 없이 업체들의 신차 출시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친환경차 시장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59만4000대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의 가격 인하와 23종에 달하는 신모델들이 친환경차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도 전년보다 44%나 늘어난 18만5000대를 기록하며 친환경차 시장의 급성장세가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럽 자동차 시장 침체가 수년째 지속됐던 점을 감안하면, 친환경차가 그나마 수요를 뒷받침한 것이다.

친환경차 시장 성장 단계는 크게 △시장 진입 △정부 지원에 의한 성장 △자생적 성장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같은 구분에 의하면, 일본과 미국은 이미 지난해 자생적 성장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라인업 다양화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비중이 증가하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여기에 보수적 소비자의 시장 참여도 확대되는 추세다.

◇차세대 성장동력은 전기차

그동안 하이브리드카(HEV)가 주도한 친환경차 시장에 전기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친환경차 시장의 주요한 변화다. 특히 지난해 전기차는 주요 업체의 가격 인하와 신차 출시가 맞물리면서 전년보다 무려 111%나 증가한 9만5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및 수소연료전지차 등을 포함한 친환경차 타입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업체는 닛산과 테슬라다. 닛산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모델로 테슬라는 고성능 및 고급형 모델로 각각 저가 및 고급 전기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닛산 리프는 저가 트림을 추가하고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 선택 폭을 확대했다. 여기에 충전시설 확충 및 배터리 보증기간 연장 등의 전략이 더해지면서 판매가 75%나 증가했다. 특히 테슬라는 ‘모델S’가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하며 일약 전기차 시장 2위로 급부상했다. 이 업체는 유럽과 중국 등으로 출시 지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메이커인 BMW와 폴크스바겐, 르노의 반격도 본격화되고 있다. BMW는 순수 전기차 모델로 개발한 ‘i3’를 유럽에 이어 미국, 한국 등에 출시하며 고급차 시장을 공략한다. 폴크스바겐도 전기차 ‘e-골프’와 ‘e-업’을 내놓고 친환경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내년을 기점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및 순수 전기차를 연이어 출시하며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강동완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등 새로운 모델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며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 혁신이 이어지면서 친환경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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