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겉도는 비상발전기 공급자원화 사업,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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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철 전력 수요 안정화를 위해 ‘비상 발전기 공급자원화 사업(egen)’이 시작된 지 5개월째다. 전력 수급 대책기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답보 상태다. 참여 사업자 모집도 잠정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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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기인 지난 2월만해도 주관 기관인 한국전기안전공사는 비상발전기 공급자원화 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사업 계획 추진반과 고객관리 전담반, 발전환경 구축반 등으로 세분화했다. 세부 추진 내용과 계획을 밝혔고 사업 전담자 교육까지 마쳤다.

사업은 전국 일정 규모 이상 공장이나 빌딩에 설치된 비상 발전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력피크 때 동시에 가동하는 게 핵심이다. 마치 전국 비상 발전기를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셈이다. 사업 참여자에 비상 발전기를 통합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필요 장비 설치비와 유류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보급 사업 형태다. 절반으로 줄었지만 전체 예산만 125억원이다.

◇특혜 논란으로 지지부진

해당 사업이 지난 2월 이후 3개월째 제자리 걸음인 것은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불거지는 민간사업자간 특혜시비 때문이다. 참여 사업자에 주어지는 혜택이 적지 않은 탓이다. 참여 사업자는 전력피크 때 한전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기에 최대 전력요금을 피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기본 요금 자체가 낮아지는 것이다. 2000㎾ 용량 발전기의 경우 연간 1000만원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을수록 이득이다. 비상발전기 용량 2000㎾로 가정하면 핵심 설비인 무정전절체스위치(CTTS) 교체 비용에 운전지원금까지 더하면 8720만원가량 혜택도 추가로 볼 수 있다. 연간 24시간 가동하면서 받는 대가로 적지 않다.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상발전기 공급자원화 사업에서 민간을 제외하기로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공기관만 참여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당초 계획안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이 대상이었다.

정부 보급사업인 까닭에 외산 업체 참여 여부도 시비거리다. CTTS는 기존 한전 전력 공급선에서 비상발전기로 전환할 때 순간 정전도 없도록 하는 것으로 사업의 핵심이다. 대부분 GE나 아스코를 합병한 에머슨 등이 CTTS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서도 CTTS 국산화 과제 주관기관인 리젠코와 오성기전, 비츠로테크 등이 CTTS를 생산하지만 신뢰성을 이유로 외산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수십 년 넘게 사용되며 신뢰성을 검증받았고 관련 규격이나 인증도 이미 통과했기 때문이다. 정부 추진 보급 사업이라는 점에서 안전성을 강조하면 수입산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스코와 GE 제품은 전량 수입으로 선적과 운송 기간만 두 달 정도 걸린다. 가격 차이도 크다. 제품별로 다르지만 1.5~2배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수입산이 선택될 가능성은 낮다.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업체가 국산화 과제도 수행하고 수출까지 하는 상황에서 정부 보급사업에 외산 업체를 참여시키는 것은 이해가지 않는다”며 “국산 제품끼리 경쟁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기안전공사는 국산과 외산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행하는 사업인만큼 제품 적합성, 안전성 등을 적절하게 판단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사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최적의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발전기, 행정안전망용으로도 활용

산업부에서는 사업 대상을 주요 공공기관으로 한정한 만큼 당초 목적인 전력피크 수급 안정화와 함께 재난 때 행정안전망으로 쓸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재난으로 인해 한전에서 공급받는 전력이 차단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비상발전기를 엘리베이터나 비상등 외에 행정업무용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내부 설비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사업 시행시기도 올 여름에서 겨울로 미뤘다. 여름철 전력수급이 예년에 비해 안정적일 것이라는 유관기관의 전망을 참고했다. 실제로 원전 23기 중 20기가 안정적으로 가동 중이며,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 5호기가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6호기도 동시에 시운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한국동서발전 울산복합 4호기와 한국서부발전 평택복합 2단계도 하계 피크 이전으로 준공을 앞당겼다. 대부분 대형 화력발전소는 이미 예방정비에 들어가 하계 수급을 준비 중이다.

이에 산업부는 주관기관인 전기안전공사에 사업 재검토를 지시했다. 방향성은 물론이고 사업대상, 지원금 등도 일부 달라질 전망이다. 전기안전공사는 이달 중 새 계획안을 산업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비상발전기 공급자원화 사업 예산 내역

[이슈분석]겉도는 비상발전기 공급자원화 사업, 해법은 없나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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