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재난망, 왜 LTE로 결정됐나…최신 기술과 경제성에 무게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핵심 기술이 사실상 롱텀에벌루션(LTE)으로 결정되자 업계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최신 기술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재난 용도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점은 해결 과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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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가 그동안 보여 온 미온적인 태도도 이번 결정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혔다. 일찍부터 LTE를 공공안전망으로 연구해온 미래창조과학부에 사업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기술 방식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기존 기술 경제성 낮아 최신 기술 선택

2011년 10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재난망 사업타당성을 검토했을 당시 경제성 있는 기술로 꼽힌 것은 와이브로와 테트라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2월 착수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조사) 대상 기술도 두 기술이었다. LTE는 비용 절감을 위해 보충하는 상용망 기술로 논의됐을 뿐이다.

LTE가 재난망 핵심 기술로 부각된 것은 이달 초부터다. 세월호 사건 이후 재난망 조기 구축 요구가 높아지면서 LTE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예타 대상 기술이던 테트라와 와이브로의 경제성 때문이다. 두 기술이 경제성이 낮다는 결론은 이미 지난해 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추진의 명분이 서지 않았지만 안행부는 ‘오래 끌어온 사업을 이제 와서 포기한다’는 비난 때문에 쉽게 예타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고 대통령 약속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피해졌다. 해결책을 고민하다가 결국 LTE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술은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반드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면 최신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안행부가 오랜 기간 사업 추진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사업은 결국 미래부가 주도권을 쥐는 형태가 됐다. 미래부는 지난해 초부터 학계, 연구기관, 관련 부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과 공공용 통합주파수 연구반을 구성해 LTE 활용을 연구해왔다. 이미 철도 쪽에서는 통합무선망(LTE-R) 등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철도 LTE-R 영향 미칠 듯

미래부와 안행부, 기재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부는 30억원을 투자해 7월까지 LTE 기술의 재난망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2011년 3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재난망 요구 기술은 직접통화, 단말 이동성, 호 폭주 대처 등의 생존 신뢰성, 개별통화와 그룹통화 등 재난 대응성을 비롯한 총 37개다.

안전행정부는 20억원 규모 정보전략계획(ISP) 사업도 연말까지 진행한다. ISP는 정보화 사업에 앞서 핵심 과제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향후 추진될 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마련한다. 내년에 추진될 시범사업에는 1019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업계는 미래부가 이미 개발돼 적용을 시작한 철도의 LTE-R을 상당 부분 참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한국형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시스템(KRTCS)에 LTE-R 적용을 시작해 2020년까지 전 철도에 확대할 계획이다.

재난망용 LTE인 ‘공공 안전 LTE(PS LTE)’와 같으며 영상통화, 고속 이동성, 데이터 통신 등 여러 기능을 제공한다는 게 철도연 측 설명이다. 재난망으로 LTE가 중점 연구된 적이 없기 때문에 철도연이 상당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난 유형에 따른 대응과 표준 운영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기능보다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최우선과제는 37개 기능을 만족하느냐가 아니라 표준 운영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재난에 따라 필요한 기능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어떤 운영 절차에 맞춰 행동하고 거기엔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준운영절차 없이는 LTE로 가더라도 기존 기술과 같은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테트라·와이브로 업계 허탈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테트라와 와이브로 진영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오랜 기간 예타 결과만 기다려왔는데 전혀 새로운 기술이 선정되자 인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재난망 조기 추진은 모두가 반길 일이지만 과연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무선통신 업체 관계자는 “기술검증 필수 소요 시간과 대상이 부적절하다”며 “단말기 주요 기능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는 개발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대로 LTE는 재난망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단말기 간 직접통화와 동시 통화자수 부분에서 단점을 갖고 있다. 아직 직접통화는 불가능하고 동시 통화자수는 200~500명 수준으로 경찰 요구 수준인 1만명에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철도연 관계자는 “직접통화는 미래부 과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동시 통화자수는 현재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현장에서 실제 단말기에 동시 접속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경제성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한 와이브로 전문가는 “기존 기술이 경제성이 낮다는데 LTE로 가면 비용이 더 들 것”이라며 “신규투자일 가능성이 크고 최신 기술일수록 비용이 더 드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균 공주대 전파공학과 교수는 “경제성은 단순히 투자되는 비용만 비교하지 말고 전후방 효과를 따져야 한다”며 “LTE는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다른 기술보다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편익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단말기 역시 상용 LTE 단말기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기술 지원과 부품 조달이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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