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발전사업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최근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대형 신재생발전사업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담당자를 만났다. 참여할 기업까지 선정된 상황이었지만 담당자는 보도를 늦춰 줄 것을 당부했다. 이유를 묻자 ‘아직 시기가 아니다’라는 애매한 답을 내놨다.
답답한 마음에 계속 채근하자 담당자 입에서 결국 ‘지방 선거 때문’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지역 주민이 사업 추진 상황을 알게되고 혹시나 찬반여론이 들끓으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후보자측에서도 상당히 민감해 한다는 설명이 붙었다. 결론적으로 후보자가 이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해 한다는 게 골자다.
대규모 사업에는 언제나 찬반 여론이 따른다. 집단, 계층간 분쟁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두고 갈등 심화되면서 개발 사업이 어떤 파급을 끼쳤는지 경험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 지자체, 기업은 사업을 추진할 때 최대한 조용히 소문이 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선거판에서도 마찬가지다. 후보자는 지역 개발 사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워 한다. 사업 타당성과 지역 주민 정서간 괴리가 크거나 또는 그렇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다는 공론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선거 전략이 됐다. 입장 표명을 잘 못 했다가 공든탑을 무너트리는 우를 범하기 싫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개발사업은 무조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이 불가능하다. 얻고 잃는 것이 있다. 가치를 따져보고 가다듬고 고쳐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전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지역의 정치적 수장이 될 사람조차 이를 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개발사업은 ‘골치아픈 것’ ‘쉬쉬해야할 것’이라는 인식만 커질뿐이다.
최근 몇 년새 개발 사업이 일어나는 지역에는 보상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자가 활개치는 것도 어찌보면 개발사업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사업 규모를 떠나 지역에서 일어나는 개발행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건전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 문화는 이번 선거에서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일까.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