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부는 주방용 100% 오물분쇄기의 제한적 허용에 대한 일부 개정안을 내놨다. 제한적이기는 해도 그간 음식물찌꺼기를 100% 배출하는 분쇄기는 엄연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용을 금지했기에 이를 놓고 시장에서는 ‘우려’와 ‘기대’ 섞인 목소리가 교차한다.
환경부가 음식물찌꺼기를 100% 배출하는 분쇄기 사용을 금지한 근본적인 이유는 공공하수도 시설 미비로 국내 하수관거에 부적합해서다. 물론 개정안은 그간 문제된 하수관 막힘 또는 역류 등의 문제가 없도록 기반시설을 충족하는 지역으로 제한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제도 정비 후 2016년부터 시행이라는 시기적 제약을 뒀지만 양자 간 논란의 소지는 커 보인다.
사실 이번 개정안을 유심히 살펴보면 핵심은 주방용 오물분쇄기, 가정용 음식물처리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숨은 고민과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즉, 100% 오물분쇄기의 판매와 사용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명제가 분명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와 함께 환경부 제품인증 강화 고시개정도 맥락을 같이한다.
그동안 하수도 여건의 개선과 폐기물관리법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에 따른 국민 불편을 제한적으로나마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개정 이유에 이견은 없다.
다만 이러한 조건과 제한을 모두 갖춘 2016년 이후라도 개정안이 적용될 수 있는 지역은 전국 10% 미만의 신도시 위주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한동안 위축됐던 불법 제품의 판매 행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문제다. 마치 지금부터 당장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양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꼼수로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시장에 떠돈다.
환경부는 1995년 100% 오물분쇄기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 이래 2012년 10월부터 음식물찌꺼기를 20% 미만(80%이상 회수) 배출하는 일체형 제품에 한해 인증시험을 거쳐 판매와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하수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물과 찌꺼기는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
이쯤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전에 달리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런 논란의 중심에는 분명히 소비자의 요구가 있다. 모두가 음식물처리기 시장성을 인정함에도 소비자의 기호를 끌 수 있는 확실한 제품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아쉬운 대목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디스포저, 즉 음식물처리기로 대변되는 오물분쇄기가 반세기가 지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오늘의 주방에서 ‘불법이다, 아니다’의 논란에 휩싸인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년 후가 됐든 20년 후가 됐든 이런 오물분쇄기를 가정에서 ‘써야 하네, 말아야 하네’라는 논란도 참 씁쓸하다. 환경에 맞게 지금의 소비자에게 정말 편리하도록 혁신적인 제품을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다 같이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와 함께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주방가전의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재조명 받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 규제가 너무하네’ 또는 ‘업체 노력이 부족하네’를 따지기 전에, 거시적 안목과 혁신 마인드로 미래시장을 개척하는 것만이 시장과 환경이 상생하는 길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박노형 스핀즈이노베이션 대표 park@spin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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