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원천은 개인의 지적 호기심과 정부의 개방성 위에서 꽃피울 수 있습니다.”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인터엑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발표한 ‘국가호감도’ 조사에서 프랑스는 문화 창조성 측면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파스키에 대사는 “지적 호기심과 개방성은 창조경제를 일으키는 원천”이라며 “프랑스는 오늘의 프랑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국민 간의 문화적 어우러짐과 가치의 융합이 구현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문화와 기술을 대립시키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같은 경계를 없애는 것이 창조경제의 출발”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유일한 음향음악 전문 연구기관인 프랑스 ‘이르캄(IRCAM)’ 소속 현대 음악 전문가들이 최근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프랑스 문화 주류를 형성한 20세기 대표 음악가들의 음원을 디지털로 재현해 낸다.
프랑스 정부는 전체 연구개발(R&D) 예산 중 4분의 1 이상을 IT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제롬 파스키에 대사는 “프랑스에는 SM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알카텔-루슨트, 탈레스, 오랑쥬 등 글로벌 IT전문 대기업 뿐 아니라 독창적인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수많은 벤처 기업들이 있다”며 “특히 차세대 IT부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빅데이터 처리, 실버 경제 분야가 이들의 주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파스키에 대사는 프랑스의 ‘R&D 세액공제’ 제도를 자국 시장 강점으로 내세웠다. 매년 2000개의 외국계 기업을 비롯해 1만7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이 제도의 수혜를 받고 있다. 그는 또 “디지털경제, 건강, 지속가능 개발분야를 포함한 6개 전략산업을 국가미래 투자사업으로 지정, 향후 10년동안 총 30억 유로(약 4조22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미래를 짊어질 기업의 창의력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실버 경제산업을 대비해야 될 때라고 조언했다.
“한국은 삼성전자처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글로벌 대기업을 가진 산업 강국입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비슷한 한계에 직면하기 마련이고, 해법 또한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곧 고령화 사회에 따른 중요한 사회적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규제는 최소화 돼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파스키에 대사는 “규제란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인간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며 “프랑스 정부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마뉴엘 발스 신임 총리가 최근 행정절차 간소화 1단계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고 전했다.
내년은 한-불 수교 13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프랑스의 교역량은 지난해 15% 증가했다. 파스키에 대사는 “수교 130주년을 계기로 문화와 과학기술 교류를 통해 양국이 장점을 부각시키길 바란다”며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시 언급했던 ‘창조경제 발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파스키에 대사는 한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와 진출이 제한적이라 아쉽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한국의 대프랑스 투자 순위는 37위 정도다. 그는 “한국 기업의 해외사업 역량과 기술 잠재력에 비해 상당히 거리가 먼 순위”라며 “향후 대학교류와 기업인턴 교류 등 상호간 문화적 이해에 도움이 되는 사회 경험을 나누며 함께 노력한다면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957년 4월 10일 출생
1981년-1982년 주레바논 2등서기관, 1등서기관
1982년-1985년 주브라질 서기관
1985년-1986년 외무부 교육정보담당
1986년-1988 년 통상부 장관 비서실
1988년-1992년 주한국 문화참사관
1992년-1995년 외무부 아시아·오세아니아국 극동아시아과장
1995년-1998년 주영국 2등참사관
1998년-2002년 주홍콩 총영사
2002년-2003년 외무부 사무총장(차관급) 보좌관
2003년 9월-10월 외무부 국제협력개발실 보좌관
2003년10월-2004년6월 외무부 과학·대학·연구협력국장
2004년6월-2009년 6월 외무부 국제협력개발실 차장
2009년 6월-2012년11월 주크로아티아 특명전권대사
2012년 12월10일 주한프랑스대사 부임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