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전자문서 관리시스템 ‘온나라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정부가 온나라 시스템을 무료 배포하자 설자리를 잃은 SW개발업체는 경영난을 겪었다. 안행부는 내년에 온나라 시스템을 클라우드 형태로 전환할 방침이다. 클라우드 환경이 구축되면 사용기관들은 각종 SW를 별도로 구축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중소SW업체 대표는 “정부가 문서관리와 그룹웨어 등 SW개발업체 시장을 다 빼앗는 격”이라며 “SW주무부처 미래부는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기는커녕 이 프로젝트 사전 기획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주는 행정을 펼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행부는 18억원 규모의 ‘개방형 기술기반 클라우드 업무환경 구현 및 전자정부시스템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의를 요청했다. 미래부는 지난달 사전기획사업의 특성과 사업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대기업 참여 불가피성이 인정된다며 대기업의 사업 참여를 허용했다.
SW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업체들과 경쟁하고 시장을 없애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 SW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 참여제한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느슨해져 실효성이 없다.
정부가 업계와 경쟁하지 말고 공정한 방법으로 SW를 구매, SW생태계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한다.
한 SW 전문가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정부기관이 SW산업 육성을 위해 우수 SW를 공정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프로세스를 먼저 만들었다”며 “이를 위해서는 발주기관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발주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PMO제도 등을 마련했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현장착근이 어렵다. 발주자, 조달청의 협업으로 상용 SW를 도입하거나 조립하는 방식으로 전문기술 시장과 전문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SW구매와 유지보수료 등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기 위한 예산확보는 필수적이다.
정부의 SI용역식 사업 개발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SW업체 관계자는 “정부사업에서 상용 SW 도입을 SI 용역사업으로 발주하면 SW 분리발주가 명확해도 SI 통합 사업이 된다”며 “국가정보자원 개방공유체계, 국가공간정보체계 등 전자정부 사업이 이를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달청은 상용 SW의 공급단가체계를 정립, 기획재정부의 실제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또 100% 기술평가로 경쟁체제를 도입, 제품 구입비와 개발비를 제 가격에 예산으로 반영해주는 분위기를 확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참여제한제도에 대한 보완작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업체 관계자는 “SI업체의 비중이 큰 국내 SW산업계가 근본적 문제”라며 “단편적 참여규제보다 대기업과 중견 SI업체는 계열사 정보화를 담당하는 고유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