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 지식재산(IP)금융이 화두로 떠올랐다. IP금융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우리나라 IP분야의 체질 강화와 인프라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자칫 전시행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최근 각 부처에서 제시한 IP금융 모델은 금융 자체에만 너무 몰입돼 있는 듯하다. IP금융 모델이 성공하려면 금융뿐 아니라 IP금융의 투입(Input) 단계와 성과창출(Output) 단계의 모델 정립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IP금융의 궁극적인 목표는 투자자나 금융권이 돈을 버는 것이다. 투자자나 은행은 자선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정부 시책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IP금융 역시 여타 금융상품처럼 수익이 나와야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그러려면 글로벌 전략이 중요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실제 수익이 나올 수 있는 모델이 나와야 한다. 혹자는 국내 기술거래 시장에서 성공체험을 쌓고 해외로 진출하자고도 하는데 이는 업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스라엘의 요즈마(Yozma) 펀드는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염두에 두고 IP를 개발하고 해외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길을 택했다. 해외에 먼저 성공적으로 라이선싱을 체결한 이후에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술 이전을 추진해야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일본이 실패한 것은 자국 내 시장과 내부 기술이전에만 목을 맸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는 일본 휴대폰처럼 되기 쉽다. IP금융의 비즈니스 모델이 선순환의 사이클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겨냥한 이른바 ‘한국발 라이선싱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IP 라이선싱은 보따리 장사하듯 특허를 들고 다니면서 파는 일이 아니다. 해외 IP업계는 그야말로 이 바닥에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백전노장들이 군웅할거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백전노장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IP라이선싱 전문가들을 활용해야 한다. 라이선싱은 전적으로 인적 네트워크의 질에 의해 결과가 좌우된다.
지금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IP금융 모델에서 눈에 띄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이미 ‘등록된’ 그리고 ‘국내’ 특허를 대상으로 평가하고 선별해 IP 파이낸싱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IP금융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로또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발명단계에서부터 전략적으로 강한 특허 만들기가 진행돼야 한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좋은 발명품을 선정해 강한 특허로 만들기를 병행하는 것이 필수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특허 대부분은 질이 낮다. 발명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발명은 좋았으나 특허의 질이 낮은 사례가 많다. 발명은 훌륭했으나 심사과정에서 당초 아이디어가 희생된 채로 등록되었다면 이러한 특허는 별 쓸모가 없게 된다. 아무도 침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발명이 좋으면 특허는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IP금융에서 중요한 것은 특허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IP금융 프로세스의 첫 단추는 ‘좋은 발명(Quality Invention)’을 잘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강한 특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허 개발 전문가 팀을 투입해 ‘양질의 특허화(Power Patenting)’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IP금융의 활성화가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협업이 중요하다. 단계별로 라이선싱 전문가, 특허개발 전문가, 금융전문가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팀플레이가 잘 이뤄져야 한다.
김정중 KAIST 지식재산대학원(MIP) 겸임교수 jej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