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지목된 소프트웨어(SW). 현 정부 출범을 시작으로 SW산업진흥법이 실행되고 SW산업혁신전략 등 파격적 지원책이 속속 마련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SW육성책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법에 명시된 각종 제도는 ‘예외’라는 조항이라는 단서에 추진력을 잃었다. SW산업 육성정책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SW산업 육성정책 실종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공공프로젝트에 대기업 사업 참여를 제한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개정안은 대기업 시장 독점을 막고 중소기업 사업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또 시행과정에서 각종 예외 규정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법적용을 피하기 위한 편법도 시도된다.
중소 SW업체 대표는 “대기업 참여제한은 공공시장에서 하도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생태계 파괴를 막고자 마련된 특단의 조치였다”며 “하지만 대기업의 자리는 중견기업들이 차지했고 적은 정보화 예산과 출혈경쟁은 다시 재현된다”고 말했다.
단가 인하 압박과 같은 또 다른 ‘갑’의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패키지 SW업체 대표는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입찰에 들어오는 상황이 적지 않고 이에 따른 손해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견기업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자회사 형태의 SI업체는 관계사의 IT업무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견업체들 사업 역량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중견업체는 대기업과 달리 사업 수행에 따른 위험부담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원활한 사업수행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며 “검증 안된 하도급업체를 무리하게 끼워 넣는 식의 사업 수행도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많은 예외조항으로 누더기 법안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올해 초 정부는 상호출자제한집단 계열 공기업인 한전KDN과 코레일네트웍스가 전력과 교통 정보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동시에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적용 사업을 지난해 20개 7000억원 규모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 약 20개를 지정할 전망이다. 중견 IT서비스기업의 관련 시장 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프로젝트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개선이 안된 상황에서 플레이어만 옮긴 것”이라며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예외조항을 추가하는 등 많은 법 개정이 이뤄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진흥법에 포함된 SW분리발주 역시 예외조항으로 유명무실해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SW분리발주 대상 공공정보화 사업인 21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5%인 86개 사업만이 분리발주를 적용했다. 전체 대상 중 절반인 49.0%인 104개는 예외기준을 적용, SW분리발주를 하지 않았다.
공공기관 정보화담당관은 “SW분리발주 예외적용 기준은 대형 사업이면 모두 적용된다”며 “SW분리발주는 사업자 선정절차가 복잡해지는 반면에 예외기준을 적용하면 절차가 오히려 용이하다”고 말했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착근하지 못하는 데는 관련 전문가 부재도 일조한다. 이 법안은 전 지식경제부에서 마련됐으며 현 정부 때 시행됐다. SW주무부처도 미래창조과학부로 바뀌었다. 현 주무부처에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마련했던 전문가들이 없는 셈이다.
대형 SI업체 관계자는 “보완에 목소리가 높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에 대해 책임질 담당자가 없다”며 “미래부와 대기업이 이 문제를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미래부에서 SW정책을 담당한 핵심인물은 최근 자리를 옮긴 채 공석으로 남겨졌다. SW를 올해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상황에서 정책 핵심자리를 공석으로 둔 자체가 SW산업의 위상을 대변한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제한이라는 극단의 조치는 SW산업에서의 올바른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보완조치가 없는 현재 상태라면 좋은 생태계가 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