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 사업구조 개편-경영승계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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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사업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그룹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에 양도했고 급식사업체인 웰스토리를 분사했다.

삼성SDS는 삼성SNS를 인수했다.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하는 등 굵직한 변화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 복잡한 순환출자를 해소하면서 유사 사업 부문을 모아 산업별 지분을 단순화하는 쪽으로 큰 방향이 잡혀왔다.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과 3세 경영승계 과정을 짚어 봤다.

특히 지난주에만 삼성SDS의 연내 상장계획 발표, 삼성생명의 삼성자산운용 지분 전량 확보 결정 등 금융 계열사에 굵직한 대규모 지분 변동이 단행됐다. 업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삼성의 변화라는 평가도 나왔다.

삼성은 그동안의 사업 개편을 사업 시너지 강화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이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면서 향후 3세 경영의 계열분리 작업까지 진행 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는 궁극적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가 보유 지분 매각으로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3세 경영’ 체제를 다져나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계열 분리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재계는 향후 삼성그룹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건설 등 중추사업을 맡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서비스·상사를,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방향으로 경영권 승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주 상장 계획을 밝힌 삼성SDS는 이 과정에서 최소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증여세 문제를 해결하는 ‘실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부회장 등이 상장 후 삼성SDS 지분을 판 자금으로 경영권 승계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 자금으로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면서 주요 계열사 지배구조를 확고히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말단에 위치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보유지분을 매각해도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전자계열사’로 이어진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삼성그룹은 지난주 말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100% 가져가고 삼성증권은 삼성선물 지분을 100% 갖는 안을 다시 발표했다. 표면적 배경은 자산운용을 금융부문 핵심으로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복잡한 삼성 금융계열사 간 지분 구조를 단순화시켰다는 의미도 있다.

이건희 회장이 최대주주(20.8%)인 삼성생명의 역할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재편이 이야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과 전자 부문 모두 삼성생명이 지배의 정점에 있다. 우선 삼성생명은 그룹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의 지분 7.6%를 보유하고 있다. 다시 삼성전자로 여러 전자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위치다.

삼성생명은 또 삼성그룹의 주요 금융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100.0%)은 물론이고 삼성화재(10.9%)와 삼성증권(11.1%), 삼성카드(34.4%)를 아우르는 역할도 담당한다. 재계에서는 향후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일단 전자와 금융쪽에서 발빠르게 진행돼 왔다. 이 지분 정리가 마무리된다면 주목받을 대상은 삼성에버랜드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부회장이 25.1%의 지분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두고 그 아래 각 계열사를 위치시키면 이 부회장 중심으로 삼남매가 삼성그룹을 장악하는 새 구도가 짜여질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을 19.4%나 보유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 핵심은 결국 지분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해 실질적 지분율로 3세들이 그룹 경영을 승계하는 것”이라며 “3세 경영승계의 정점은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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