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인터넷전화 등 결합상품 판매 경쟁이 치열하지만 가입·해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중요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고객상담센터나 사후지원(AS) 서비스를 외주화하면서 처리 과정도 복잡해져 가입자 불편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A씨는 얼마 전 통장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몇 년 전 이사하면서 해지한 위성 방송 요금이 자동이체돼 그대로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을 해지하고 같은 계열사인 KT 올레TV에 신규 가입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해지 신청을 하지 않은 가입자 잘못”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A씨는 “해지 당시 KT스카이라이프 기사가 와서 위성접시(전파수신기)와 셋톱박스를 모두 수거해갔다”며 “해지를 안 했는데 기기를 가져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LG유플러스 유·무선 결합상품 ‘한방에요(yo)’를 지난해부터 써오다 지난달 새로운 ‘한방에요’ 요금제가 출시됐다는 것을 알았다. 과거에 비해 월 2000~3000원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전혀 신요금제에 대해 고지를 받지 못했고, 가입한 곳에 연락을 했더니 기존 가입 상품의 위약금을 내고 신요금제를 신청하라는 얘기만 들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 홍보팀 관계자는 “두 요금제는 같은 상품으로 위약금을 내고 새로 가입할 필요가 없는 상품이며 바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대리점에서 그 내용을 숨긴 것도 화가 나지만 똑같은 상품인데 더 저렴하다면 가입자들에게 고지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는 것은 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 품질 향상보다는 점유율 늘리기와 수익성 향상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복잡한 유통망도 이 같은 행태를 부추긴다. 본사 차원의 관리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선통신상품은 일반적으로 본사·대리점(직영·일반사업자)·판매점 등으로 나뉘는데, 영업망을 외주화하면서 더 복잡해졌다. KT는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KT플라자’, 자회사 KTM&S가 운영하는 직영대리점, 직영·일반 대리점과 계약하는 판매점이 각각 영업활동을 한다. ‘올레닷컴’ 온라인 사이트도 운영한다. SK텔레콤·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KT가 각 지역 지사(전화국)에서 운영하는 ‘KT플라자’ 외에는 영업망이 유사하다. 고객센터나 AS는 KT보다 훨씬 앞서 이미 외주화했다. SK 관계사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관리하고 온라인까지 운영하는 PS&마케팅 외에 전문적으로 텔레마케팅 서비스를 하는 브로드밴드TS가 SK브로드밴드 자회사로 있다. LG유플러스는 오프라인은 직영점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씨에스리더·아인텔레서비스·CS원 등의 텔레마케팅·고객서비스 담당 자회사를 두고 있다.
가입·해지 절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처리가 지연되거나 해결이 불가능한 사례도 나타났다. 한 통신 가입자는 “고객센터가 외주 업체다 보니 판단 권한도 없어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전화 할 때마다 담당자가 바뀌어 불편하다”며 “전화를 하다 지쳐서 포기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KT는 고객센터는 KTIS와 KTCS로 분리했고, 이번달부터는 AS 역시 협력업체인 ITS에 완전 외주화하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는 브로드밴드CS가 고객대응을 하고,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모두 AS는 하도급업체 여러 곳이 지역을 나눠 맡는 구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모든 통신사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수익성이 자꾸 떨어지는 상황이라 나홀로 자정에 나서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해지를 해야 수신기를 수거한다”며 “경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