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5 카메라 결함]이건희 회장의 위기대처•품질경영 '빨간불'

“생산 초기 일부 제품 소량에 불과하다.” 갤럭시S5의 카메라 결함 문제가 터져 나오자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이다.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에서도 즉시 교환해주겠다며 카메라 품질 논란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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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갤럭시S3, 갤럭시노트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풀어 올라 배터리 성능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불량 부품이 들어간 스마트폰 대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데다 소비자에게 공식적인 사과 표명도 하지 않으면서 사태 확산 저지에만 너무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자동차 업체가 차량 일부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되는 차량을 파악해 대상 차량에 대해 공개적으로 리콜하는 방식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5일 애플이 회사 차원에서 문제를 먼저 밝히고 제품 일련번호로 무상 교체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더 큰 문제는 삼성의 대처 방식이다. 삼성이 직면한 부품의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협력업체를 비롯한 생산현장, 또 이를 취재한 신문사 등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고,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만 막는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병증을 찾고 처방하기보다는 병증을 감추는 데만 신경을 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카메라에서 나올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문제는 삼성이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협력사에 단가를 제대로 맞춰주지 않고 본사의 일정에만 맞추려다 보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단기실적에 급급해 협력사를 닦달만 해서는 품질의 완성도와 기술적 혁신이 뒷받침이 안 되고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보고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예견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관료화된 조직문화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조직이 상호 경쟁하면서 융통성 있게 변화를 추동하던 것이 내부 책임과 역할론에만 매몰돼 조직 전체의 활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혁신의 부재로 이어지면서 ‘기술의 삼성’과 같은 품질경영의 모토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배터리 게이트’에 이어 ‘카메라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삼성의 품질 경영에 이상신호가 포착됐다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카메라 오류와 관련해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되자 “초기 극히 일부 물량에 불과하다”며 문제가 없다는 투였다. 공식적인 보도자료나 사과 같은 것도 없었다. 해외 판매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과거의 삼성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회장의 품질경영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한 후 품질경영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불량은 암’이며 ‘1년간 회사 문을 닫더라도 불량률을 없애라’는 주문을 할 정도로 품질 지상주의를 주창했다.

이 같은 삼성의 위기 대처 방식은 지난해 배터리가 부풀어 올라 작동되지 않는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 때 대표적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공식적으로 어떤 제품이 문제인지 밝히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가 서비스센터를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배터리 부풀음 현상으로 전원 접촉이 잘 안 되는 등 문제가 있는 사람도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않아 불편을 겪는 일이 속출했다. 자비를 들여 배터리를 구매하면서 교환 혜택을 보지 못한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과거 애니콜 브랜드가 명품으로 통한 것은 수백만개의 불량 휴대폰을 태운 화형식과 같이 위기가 터졌을 때 공개적으로 밝히고 이건희 회장이 주창했던 품질 경영 정신에 따라 정면돌파하는 방식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그 때의 위기관리 방식과 달리 사태를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는 더 떨어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입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삼성전자의 피해가기식 대처’를 성토하고 나섰다. 아이디 sera***를 쓰는 네티즌은 “국민들은 불량품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알고도 매번 피해가기식으로 대처하는 기업의 처신에 화가 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이디 jeni***는 “문제를 인지했으면 그럼 당시 생산된 제품 전부를 리콜해야지 소비자가 문제 발견하고 들고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시한폭탄을 들고 다니는 소비자가 무슨 죄인가”라고 비판했다.

배터리에 이어 1년만에 카메라 문제가 불거지면서 허술한 품질관리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부품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가 단가 인하를 위해 핵심 금형을 자체 제작하는 등 개발체계를 내재화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획취재팀기자 jeb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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