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국내 대학들은 앞다퉈 창업보육센터(BI) 설립에 나섰다. 당시 국내에 불어닥친 창업 열풍만큼 중소기업청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BI 설립 열기는 뜨거웠다. 많은 수의 창업자와 예비창업자들이 한국의 애플,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BI에 입주했다. 그렇게 해서 설립된 곳이 지금까지 270여 곳. 웬만한 대학이라면 BI를 거의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0여년이 훌쩍 지난 요즘 대학가에서 BI는 찬밥 신세다. BI가 학교에서 외면받는 주된 이유는 정부의 대학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니 대학 본부나 교수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BI 건물을 사실상 지어주다시피 했던 중기청 예산 지원도 예전 같지 않다. 그렇다고 BI 입주기업이나 졸업기업이 성공한 사례가 많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설상가상 지자체들이 지난해부터 사립대학 BI에 재산세를 부과하면서 BI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학교에 이렇다할 도움이 안돼 탐탁치 않아했던 일부 대학에서는 정부가 세금까지 물리자 최근 BI 지정 반납 의사까지 표출하고 나설 정도다.
BI는 지난 10여년간 국내 창업자를 지원해 온 대표적인 창업보육 인프라다. 힘들게 첫 발을 내딘 예비창업자들에게 BI는 ‘비를 피할’ 보금자리였다. 보육 서비스 질을 생각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동안 어렵게 다져온 창업보육 인프라가 한 순간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대학을 창업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와 대학이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이 엇박자가 나서는 안 된다. 한쪽에서는 BI를 활성화하려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임대 시설로 규정해 과세를 부과하는 이런 식의 정책은 곤란하다. 물론, 대학들도 질적으로 성장한 보육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하려는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10년, 20년 후 진정한 창업국가 한국을 기대할 수 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