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SNS시대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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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정보통신의 총아로 평가받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단시간에 우리 일상까지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불과 몇 년 전 지하철에서 신문과 책을 읽던 출퇴근길 풍경은 사라지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이는 곧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확장하고 유지하려는 욕망으로 표출된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자신의 역할을 확인함으로써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관계 지향적 인간의 욕망이 진화된 SNS를 탄생시켰고, 바야흐로 이제는 범람하는 SNS의 홍수 속에 살게 됐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고독’을 느낀다. 수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들과 소통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모습일 뿐 온라인으로 옮겨진 ‘군중 속의 고독’이나 다름없다.

SNS가 이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새로운 매체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발발한 튀니지 반정부 폭동인 재스민혁명이 이집트, 리비아 등 강권 국가가 많은 중동, 아프리카 국가로 확대되면서 기존의 매스컴이 해 줄 수 없었던 정보와 메시지의 신속한 전파라는 장점이 부각된 것이 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혁명에 대해 서구에서 지칭한 SNS 혁명이라는 포장이 그들의 정치적 의도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는 점과, 혁명의 결과가 시위대와 정부기관의 충돌이라는 끔찍한 유혈사태를 낳아 SNS시대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했다는 점에서 과연 SNS의 가치는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했다.

경제적 혁신과 더불어 SNS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는 청사진 이면에 가려져 있던 개인의 소외,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과 그로 인한 피해 등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개인 정보의 무분별한 유출을 방지하고 악의적인 트윗으로 인한 악영향과 SNS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을 표방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환경 탓에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캐나다에서 개발된 프로그램 ‘헤이트브레인(HateBrain)’은 불쾌감을 주거나 폭력적인 트윗의 일시와 내용은 물론이고 트윗한 사람의 위치와 사용자 이름을 추적한다. 헤이트브레인은 성별, 성적 취향, 장애, 인종, 국적, 종교, 계급에 대한 증오감을 부추기는 발언을 찾아내기 위해 트위터를 꼼꼼히 검색하며, 이 같은 발언을 자동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에번 윌리엄스가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인 ‘미디엄(Medium)’은 초대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며, ‘위키(wiki)’와 유사한 형태의 편집 방식을 제공한다.

최근 들어 자신과 유대감이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폐쇄형 SNS가 속속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개방형 SNS의 범람하는 정보에 대한 피로도, 사생활 노출, 인맥관리를 위한 시간소모 등의 기회비용 증가와 콘텐츠 관리, 자기 통제력 상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계된 폐쇄형 SNS의 이용자 이동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인 것 같기도 하다.

개인미디어 등장이 세상을 획기적인 방식으로 바꾸어 놓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과연 그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었는지는 좀 더 깊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관계의 참된 의미보다 관계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에 집중할수록 어쩌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더 커져만 갈 것이다. 지하철, 버스에서 느긋하게 신문, 책 등을 읽던 시절이 마치 오래전 일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강민호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메라사업부장 yawoong@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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