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무인 로봇이 투입된다고 했다. 조류가 세고, 갯벌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잠수부들이 빠르게 구조하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로봇은 뭔가 성과를 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허탈했다. 빠른 조류 때문에 투입되는 해양 로봇마다 모두 물살에 휩쓸려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최근 미국의 원격수중탐색장비(ROV)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해저탐사용 로봇 크랩스터가 새롭게 투입됐다. 초음파 카메라, 음파탐지기 등 잠수부의 눈을 대신할 기능을 가진 첨단 로봇들이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는 없다. 여전히 잠수부들에 의존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타깝다. 과학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아무런 첨단장비도 쓸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자연 앞 인간은 그저 무력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좀 더 일찍 우리나라 해양에 맞는 해저 로봇이 개발됐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사후약방문이랄까. 하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재난 대비용 로봇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로봇 개발은 최소 10년이상 걸리며, 많은 돈이 들어간다. 수요도 적기 때문에 그냥 시장에 맡겨둔다면 재난용 로봇 개발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재난 대응 로봇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정부 주도로 로봇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미·일에서도 사고가 일어난 뒤 재난 로봇 개발에 나섰다. 미국은 1995년 오클라호마주 폭탄 테러 이후 로봇 활용이 검토됐으며, 2001년 일어난 911테러때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95년 한신대지진을 계기로 재난·재해 관련 로봇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변하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이제는 그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특히 재난 로봇 개발은 10년이라는 장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작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