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구글 `아라`의 파괴적 혁신과 삼성의 미래

몇 개월 남지 않았다. 미래 스마트폰 산업을 뒤흔들 혁신이 온다. 애플 아이폰6, 아마존 3차원(D)폰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물론이며 애플, 아마존까지 밀어낼지 모를 ‘센 놈’이다.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Ar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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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아라를 내년 1월 50달러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구글 선행기술그룹은 지난 주 개최한 첫 개발자회의에서 그 실체도 내놨다. ‘프로젝트 아라’ 추진 사실을 공개한 지 6개월 만이다. 개방형 스마트폰 개발자커뮤니티 ‘폰블록스’(Phonebloks)에 이어 3D프린팅 업체인 ‘3D시스템즈’가 원군으로 가세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아라’는 기본 프레임에 저마다 다른 기능을 담은 직사각형 모듈 부품을 레고블록처럼 끼워 맞추는 스마트폰이다. 고장이 났거나 성능을 높이려면 모듈만 바꾸면 된다. 제조사가 만든 그대로 써야 했던 소비자는 자기만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아라 측 표현대로 인권인 ‘휴대폰 자유’를 넓힌다. 부품 하나 망가졌다고 스마트폰을 통째로 바꿀 필요가 없으니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도 줄인다.

구글이 이 좋은 뜻만으로 시작했을까. 아니다. 속셈은 따로 있다. 구글 비즈니스 원천은 무료 접속에 따른 광고 수입이다. 접속하지 못하는 세계인이 아직 너무 많다. 구글 플랫폼 기반의 값싼 스마트폰을 빨리, 마구 뿌리고 싶다. 마냥 제조사에 기대야 하니 답답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했다. 스마트폰 제조 구조와 모토로라 영향력으로 어림없다. 더욱이 삼성이 구글 앱과 서비스 생태계까지 넘본다. 모바일 플랫폼 강자로 만들어 준 삼성이 고맙지만 영역 침범만큼 용서하지 않겠다는 구글이다.

구글이 길을 찾았다. 모토로라 선행기술그룹의 ‘프로젝트 아라’다. 전략과 딱 들어맞으니 특허와 이 프로젝트만 쏙 뺀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미련 없이 싼값에 넘겼다.

아라 파괴력은 미지수다. 브랜드PC에 밀린 조립PC처럼 ‘찻잔 속 폭풍’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던 조립PC와 분명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글이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플랫폼을 한꺼번에 공짜로 준다. 조립도 매우 쉽다.

아라의 성공은 제조사에게 악몽이다. 예쁘지 않을지라도 그 ‘착한 가격’을 그 누가 이길 수 있을까. 특히 애플, 아마존과 달리 삼성에 직격탄이다.

애플은 독자 SW, HW와 클라우드가 있다. 열성 팬도 많아 애플PC처럼 살아남을 것이다. 3D프린팅 관련 특허도 있어 정 안되면 아라와 똑같은 전략으로 맞서면 그만이다. 자존심은 상한다. 아마존은 콘텐츠,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절대 강자다. 단말기가 중요하지만 절박한 사업은 아니다.

삼성은 다르다. SW와 콘텐츠 플랫폼 파워가 미약하다. 일부는 구글에 양보했다. 특허 공유 덕분에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이 더 확고해지리라 기대했건만 같은 플랫폼을 쓰는 아라로 인해 시장 잠식과 가격 인하 압력이 불가피하다. 턱밑에 들어온 칼이다.

삼성이 과연 특허 협상으로 구글 스마트폰 제조를 포기시켰는지 의문이다. 삼성 정보력과 분석력이라면 이러한 위협의 싹을 미리 잘랐어야 했다. 물론 그랬다가는 혁신을 망친다는 욕을 바가지로 먹었겠지만.

아라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달리 부품 업체에 새 판로를 열어준다. 삼성에 꽁꽁 묶인 부품 협력사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은 중대 기로에 섰다. 스마트폰 사업은 어느덧 전자를 넘어 그룹 이슈다. 당장 갤럭시S5 마케팅에 올인 하느라 애플, HTC, 소니, 심지어 아마존까지 경쟁사만 보이겠지만 진짜 적은 아라다. 만일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면 삼성 스마트폰 위기는 벌써 시작됐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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