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우주개발, 그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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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전 세계 IT 업계의 주목을 끈 일대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선 구글(Google)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영상지도 서비스 전문업체인 키홀(Keyhole)을 인수한 것이다. 사람들은 구글의 ‘뜬금없는’ 선택을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구글의 선견지명은 곧바로 증명됐다.

키홀을 인수한 구글은 3D 입체영상으로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구글 어스(Google Earth) 서비스를 시작했고,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구글 어스에 들어가 ‘우리 동네’를 검색해보며 신기해했고, 2011년에 10억회의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구글 어스 서비스는 무엇보다 위성영상의 보급과 활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위성의 활용 분야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기상예보, 재난재해 예측과 관리, 농작물 관리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위성정보가 긴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위성 활용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업용 지구관측 위성영상의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10.6% 증가하는 추세며, 관련 기술의 세계시장 규모는 연 6.8% 증가하고 있다. 위성활용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아 우주개발을 통한 경제창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짧은 우주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위성 분야에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우주 선진국 수준의 위성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6기의 위성을 운행 중이며, 2020년까지 총 9기의 위성을 개발·발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위성정보 활용을 위해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위성정보 활용에 대한 정책 및 예산지원 부족, 영상 확보 한계 등으로 실질적인 활용 및 부가가치 창출은 저조한 편이다. 개발한 위성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해외선진국은 우주개발 정책을 그동안의 위성개발 중심에서 위성정보를 활용한 산업중심으로 전환해 위성정보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위성정보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위성정보 관리와 활용 체계의 조성이 시급하다.

최근에는 우주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우주 잔해물 및 위성 간 충돌 위험, 수명이 다하거나 고장으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인공위성, 유성 및 소행성 등의 우주물체 추락에 의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러시아에 떨어진 소행성, 독일 위성 ‘고체’의 낙하, 그리고 최근 진주 운석 낙하 사례를 통해 우리도 이제 인공 또는 자연적인 우주 물체의 낙하에 따른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위성 활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일본·유럽연합 등은 우주자산 보호, 우주위험 예방 및 대비를 위해 이미 우주감시시설 등 위험대비 체계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위성 수가 점점 많아짐에 따라 충돌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 인구가 밀집해 있어 우주물체가 추락하게 되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우주위험에 대한 예방과 대비를 할 수 있는 감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위성 활용과 우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국가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반영한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른 시일 안에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노태수 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rotthee@nr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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