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을 반영해서 출고가를 정한 후 보조금을 다시 지급하는 것이나, 보조금을 빼고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나 소비자의 구입가는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출고가에 보조금이 반영되면 출고가가 높아져서 고가의 단말기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소비자는 고가의 단말기를 할인받아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 단말기 마케팅을 담당하는 모 부장의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진술 내용이다. 실제로 단말기를 싸게 사는 게 아니지만 마치 할인받아 사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마케팅 방식을 설명한 것이다.
단말기 가격은 원가에 일정한 수익을 붙여 소비자 가격을 정하는 일반적인 상품과는 다르게 가격이 책정돼 왔다. 주요 스마트폰은 스펙, 기능, 소재가 다른 데도 출고가가 대부분 비슷하다. 이 가격을 만들어내는 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짬짜미가 있다. 스마트폰 출고가는 80만~100만원 사이에서 주로 정해진다. 기능이나 소재 등에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가격에 출시된다.
단말기는 계약모델과 비계약모델로 나뉜다. 계약모델은 이동통신사가 제조사에 일정 물량을 구매할 것을 보장한 제품으로, 이동통신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하고 개통까지 함께하는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방식이다. 비계약모델은 별도로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이동통신사를 골라 개통하는 형태다.
계약모델은 공급가를 부풀리거나 출고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격 거품이 낀다.
원래 단말기 공급가는 재료비와 부대비용(오버헤드 코스트), 수익을 더해 책정된다. 하지만 휴대폰은 ‘정책비’라는 항목이 하나 더 붙는다. 예를 들면 재료비와 부대비용, 수익을 더한 가격이 40만원이라면 20만원의 정책비를 붙여 60만원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는 이중 20만원을 단말기보조금분담(할부분담금) 명목으로 계상하고,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지급한다. 최종 출고가는 이동통신사가 마케팅 비용을 지급할 것을 고려해 결정된다.
출고가 역시 부풀려진다. 재료비·부대비용·수익을 포함한 순판가를 정해 공급한 다음 판매 장려금 등으로 이동통신사나 대리점에 직접 금액을 지급한다. 공급가를 40만원에 정해 이동통신사에 공급하고 20만원은 별도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이 더해져 출고가는 부풀려진다.
방식이 다르지만 결국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을 포함해 출고가격이 부풀려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만약 이동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정책비가 빠진다면 스마트폰 가격이 이처럼 고가로 형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양측이 출고가 부풀리기를 하는 이유는 착시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단말기 구입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보조금을 지급해 가격을 할인해주면 처음부터 60만원에 구매할 때보다 싸게 산다는 착시현상을 일으켜 더 강한 구매욕구를 느끼게 된다.
삼성전자 등 단말기 담당 부장들은 “소비자는 출고가로 단말기 성능을 판단하기 때문에 출고가가 높은 단말기일수록 좋은 단말기로 생각한다”라고 진술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의무가입 약정을 하면 단말기를 더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가입자를 묶어두는 효과(락인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특정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단말기 가격을 조금 더 할인해주면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요금제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공급가{순판가(단말기 재료비+부대비용+제조사 수익)
+제조사 정책비}+이동통신사 보조금=단말기 출고가격
※제조사 정책비와 이동통신사 보조금으로 가격을 부풀린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기획취재팀기자 jeb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