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미래의 쇼핑 새 패러다임 `제로 에포트 상거래`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원하는 제품을 빠른 시간 내 살 수 있는 ‘제로 에포트 상거래(Zero Effort Commerce)’가 글로벌 유통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 제로 에포트 상거래는 이베이 ‘미래형 쇼핑’ 서비스 개발그룹에서 처음 주창한 개념으로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해 원하는 제품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쇼핑 패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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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시간은 金’ 시간 단축에 사활거는 유통업계

아마존과 이베이 등 글로벌 유통 기업은 현재 제품 구매 시간을 최소화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아마존은 창립 초기부터 ‘원클릭’ 슬로건을 강조하며 여타 전자상거래 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한 번의 클릭만으로 제품 선택부터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통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을 마케팅에 접목했다. 2억명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한다. 과거 구매 이력이나 자주 찾아본 페이지 등을 참고해 최적의 추천 제품을 가린다.

수백만가지 물건을 가지런히 진열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은 제품 한 가지를 큼지막하게 보여주는 편이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을 높인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로 아마존 회원은 저마다 다른 초기 화면을 본다.

최근 아마존이 발표한 막대형 기기 ‘대시’는 구매 편의성을 최대로 끌어올린 또 하나의 혁신이다. 대시는 음성인식과 스캐닝으로 가정에서 바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 사용자의 구매력을 끌어올려 매출은 물론이고 식료품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의 사용자 저변을 넓히는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한편 이베이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쇼핑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스마트폰으로 마음에 드는 진열대의 제품을 촬영하면 휴대폰이 이베이 사용자 계정에 구매 목록으로 띄우는 식이다. 유리창의 제품 카테고리 이미지를 사용자가 터치하면 수백개 제품 목록이 뜨며, 정보를 얻는 ‘커넥티드 글라스’도 개발 중이다.

◇구매는 서비스, 편의성이 곧 매출이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소매 시장은 매년 10~15%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 연말 쇼핑시즌 미국 소매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프라인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온라인에서 구매는 일종의 서비스다. 구매하기 전 정보를 검색하는 단계에 비해 결제 단계에서는 ‘편의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구매 과정이 복잡하고 짜증난다고 느끼면 구매 단계에서 이탈하는 고객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소비자일수록 온라인 결제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크다.

조봉수 LG전자 스마트데이터팀장은 최근 저서 ‘디지털 컨슈머 & 마케팅 전략’에서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을 주로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사업자의 경우 구매과정에서 고객이 들여야 하는 품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고가의 상품은 열심히 매장을 돌아다니는 비용을 감수할 수 있지만 저가 상품은 불편함을 감내하기 싫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고객의 지갑까지 관리’…금융업 진출 ‘속도’

한편 플랫폼 파워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글로벌 유통기업은 기존 ‘성역’처럼 여겨지던 금융 분야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금융 상품을 직접 판매하며 중국 국영은행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4개 영화 제작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독특한 온라인 직접투자 상품펀드를 출시했다. 알리바바 측은 해당 상품에 투자하면 1년의 투자기간 동안 7%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이외에도 금융 소프트웨어 기업 ‘훈드순 테크놀로지’의 지분 20.6%를 5억3200만달러(약 5607억원)에 인수하는 등 금융업으로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업에 진출한 IT기업은 알리바바뿐이 아니다. 이스라엘 내비게이션 기업 ‘웨이즈’의 창업자인 우리 레빈은 최근 금융 서비스에서 사용자 자신도 모르게 나가는 수수료에 대해 알려주고 최대한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앱 ‘픽스(feeX)’를 설립했다.

안드레아 스타브파울로스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금융 관리 도구 시장에 도전하는 IT 스타트업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며 “전통적인 금융 기관의 수수료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이 분야 수요가 확실하다”고 전했다. 로버트 힐튼스미스 연금정책 전문 경제학자는 “이 같은 인지하지 못한 금융 수수료는 개인 전체 노후자금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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