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산업생태계 중심축 역할했는지 성찰을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지 열흘이 지났다. 마침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5의 전 세계 동시 출시와 맞물려 삼성전자가 벌인 소송전에 국내 산업계·언론계는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삼성전자의 태도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의 보도를 일방적으로 오보라고 규정하고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어떤 부분이 오류이고, 오류라면 그 근거를 제시하면 수정 혹은 삭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본지 측의 설명에도 삼성 측은 일방적으로 오보라고 단정짓고, 모두 오보기 때문에 내려주지 않으면 소송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일이 적시할 수 없지만 협박 수준이다.

요청해온 정정보도문 역시 마찬가지다. 기사가 나간 면에 요청하는 일반적인 관행조차 무시하고 1면 중앙에 3단으로 게재해줄 것을 명시하고 사실상 사과를 요구하는 형식을 지정해 보내왔다. 기사의 팩트에 이견이 있다면서 언론중재위를 통해 조정하는 절차도 밟지 않았다. 소송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식이다. 언론을 대하는 삼성 측의 태도를 보면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행보다. 경쟁기업 애플을 보라.

삼성 측은 소송제기 이후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공식 블로그사이트인 삼성투모로우를 통해 전자신문의 해당 기사와 자사와 관련된 다른 기사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오보’ ‘거짓’ ‘호도’ 등의 말을 붙여 전자신문 보도를 누더기로 만들어버렸다.

제기해온 손해배상액도 미스터리다. 제품 생산 과정과 전망에 대한 동향기사를 소송 대상으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을 물리려다 3억여원으로 하향 조정해 청구했다는 얘기도 그렇다.

전자신문 동향보도로 인해 진짜 피해를 봤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그 전에 이미 혁신이 부족했다는 국내외 기사들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도 출시 전 제품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3억여원을 청구했다. 피해를 입은 쪽이라면 피해 범위와 물량, 크기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따라야 하는데도 삼성 측은 피해 이미지 연출에만 열중하고 있다.

또 하나 분명히 설명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자사 소비자 블로그와 포털 등 확보해 놓은 온라인 공간에 전자신문의 보도를 ‘오보’라고 명시한 것이다. 이는 삼성 측 요구대로 법정에서 명명백백하게 가려할 부분이지, 원고라고 해서 ‘오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삼성 측은 본지를 ‘오보’나 양산해 기업을 괴롭히는 매체로 낙인찍고 있다.

삼성 측은 이어진 입장 발표에서 “전자신문의 최근 편집 방향과 태도를 보면 오히려 전자업계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또 한 번 현실을 호도했다. 오히려 대한민국 미디어 환경에서 삼성전자는 이미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고 있다. 절차를 무시한 소송이 단적인 예다.

전자신문은 소송의 자초지종이 어찌되는지 전말을 소상히 밝혔다.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있는 소송의 진실에 대한 왜곡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후 삼성과 관련한 기획보도가 나가면서 산업계에서 전자신문을 향한 응원이 답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잘못된 관행에 억눌려 온 중소 기업인들의 탄식과 격려가 유독 많았다. 최근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원망이 많다는 얘기다.

삼성이 진실로 산업을 이끄는 구원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의 중심축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 산업 생태계가 특정기업의 독식구조로 간다면 국가적으로든, 기업으로서든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