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소기업, 산학협력에서 나온다

세계가 인터넷망을 활용해 실시간 글로벌 통상교역 시대로 접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497억6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실적을 접하면서 주위 기업인들로부터 “우리나라가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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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마도 우리 정부의 정책적인 기업지원 프로그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관련 기업의 필요한 곳에 연결해주는 게 산학협동이 아닌가 싶다.

나는 20여년 전 대학에 와 이전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중소벤처기업과 산학협력 활동을 추진했다. 당시 처음으로 관계를 맺은 기업 규모는 그저 자본금 5000만여원 정도에 직원 몇 명에 불과했다. 기술 수준도 여러 모로 미흡한 상태였으며 설상가상으로 IMF 사태로 기업 환경도 극도로 어려웠다.

힘든 시간을 거쳐 지금까지 나와 산학협력의 연을 이어온 기업이 있다. 이들 중 어떤 기업은 이동통신 중계기 사업으로 수백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다 기업환경 변화에 적응 못하고 끝내 사업을 접기도 했다. 해당 기업 사옥 매각에도 관여한 안타까운 기억도 있으나 아직도 몇몇 기업은 과거의 어려움을 뒤로 하고 수백억원 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으로 커나가고 있다.

처음엔 산학협동 정의나 범위조차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기업에 무조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부지런히 움직여 보았지만 기업이 만족할 만한 어떤 성과도 없었다. 이 과정을 통해 산학협력에선 기업에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과 기업이 봉착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적정보처리기관(Human Clearing House)으로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10년 전쯤 협력 관계를 맺은 철도 관련 한 시스템회사는 사업 초기 전동차 출입문 자동제어장치(DCU)만을 개발했다. 해당 제품을 특정 중소기업에만 납품함으로써 수주가 없으면 매출이 ‘0’이었던 고비도 있었다.

기업 생존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집중한 결과, 정부의 R&D 자금에 의한 산학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이후 8년여에 걸쳐 기술개발이 끝났을 때 이 기업은 전동차 출입문 도어엔진의 기계적인 잠금장치 분야에서 프랑스 회사에 비견되는 최고 기술력을 갖게 됐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보유한 기술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몇 년 전 공장을 매입하며 심한 자금난도 겪었다. 첨단 기술력을 갖췄지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지난해 국책은행으로부터 IP펀드 제1호 수혜자로 50억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창업투자회사가 120억원을 투자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기업의 성공담은 산학협동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기업 도전의식과 대학의 기술이 이뤄낸 결과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아낌없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들도 외면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기술을 수용해줘야 한다. 특히 세계 경기가 불안하기만 한 요즘 상황에서 지난달 출범한 ‘민관합동 창조경제 추진단’ 발족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신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일에 산학협력 활동도 그 저변에 있음을 인식하고 각계가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학교 기술역량과 기업의 창조적인 기술역량이 만나 융합하고, 정부는 이를 국가성장동력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업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이철직 대림대 전기과 교수 chjree@daeli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