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스라엘의 첨단 과학기술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인텔, 구글 등 미국 IT 대기업에 이어 중국 기업이 이스라엘 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과 ‘사이버 냉전’에 들어간 미국은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10일 닛케이산업신문은 중국 기업이 기술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 등 이스라엘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중국은 유럽을 제치고 이스라엘 첨단기술 분야에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국가로 올라섰다.
중국 민영 투자회사 복성그룹은 지난해 이스라엘 의료용 초음파·레이저 기기업체 알마 레이저를 2억4000만달러(약 250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60여국에 의료기기를 납품해 세계 시장 15%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아시아 최대 갑부로 불리는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국립 이스라엘 연구소(테크니온)에 1억3000만달러(약 1300억원)를 기부하며 광동성 산터우 대학 내 분교 개설에 나섰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와 비교되는 테크니온은 이스라엘 첨단 기술 기업 창업자와 간부 70% 이상을 배출한 기술 사관학교로 불린다. 테크니온 산터우 대학 분교는 이스라엘 수준의 벤처 창업자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최대 국영화학업체 화공그룹도 지난 2011년 이스라엘 농화학업체 막테심 아간 인더스트리를 인수한 후 기술개발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다. 화공그룹은 지난해에만 719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중국 국영기업 중 최고 실적을 올렸다. 막테심 아간 인더스트리는 세계 농화학분야 7위, 글로벌 시장 5%를 차지한 업체로 24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인수됐다.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 중인 중국을 염두에 둔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이스라엘도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두고 중국과의 관계 확대를 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 지난해 12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스라엘에 방문한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수출면허 규제를 완화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는 2015년 발족하는 이스라엘 국가사이버국 사이버 긴급 대응팀에도 중국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미국은 이 같은 중국의 관심과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핵심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경계한 미국이 안보측면에서 이스라엘 기업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미국은 이미 이스라엘이 조기경보기 ‘팔콘’을 중국에 판매하려는 것에 반발해 거래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이후 이스라엘은 중국에 무기관련 기술을 제공할 때 미국에 사전 신고할 것을 약속한 상황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