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다음, 제주 시대 10년 무엇을 얻었나

9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주 시대 10년을 맞았다. 주요 IT 기업의 첫 지방 이전 사례다. 현재도 순차적 이전이 이뤄지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다. 다음의 제주도 이전은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고용이 늘었고 다음을 따라 제주도로 이전하는 기업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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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제주 본사 스페이스 닷원.

다음은 제주 프로젝트로 △인터넷이 가져온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한 검증 △기업의 급속한 성장에 대처할 수 있는 확장성 확보 △기업 비전에 따른 창의성과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선진적인 비즈니스 환경 조성 △지방 정보화 촉진 및 과학기술 진흥 등 효과를 예상했다.

무엇보다 출퇴근에 매일 2~3시간을 소비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업무 효율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수도권 중심 환경에서 벗어나 IT 기업에 적합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제주를 선택했다.

◇아고라 탄생지 제주

다음이 제주 이전으로 얻은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다음을 대표하는 유력 서비스 탄생과 직원 만족도 향상이다. 다음이 제주에서 만들어낸 서비스는 아고라, 블로거뉴스(현재 ‘뷰’), tv팟 등이다. 검색엔진 개발도 제주에서 이뤄졌다. 다음 대표 서비스 아고라는 제주 정착 직후인 2004년 12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고라는 정치,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대중의 모든 관심사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이다. 특히 아고라 ‘청원’ 코너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활동으로 국내 집단지성의 시초가 됐다.

다음 뷰는 블로그를 이용하는 이용자 누구나 다양한 글과 사진을 보내고, 추천하고, 공유하는 메타 블로그 서비스다. 현재 47만여명의 블로거가 하루 약 5만여개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다음 tv팟은 PC웹, 모바일웹과 함께 아이폰, 안드로이드용 모바일앱을 제공한다. 이용자가 올린 UCC 영상과 지상파 및 케이블TV 콘텐츠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와 영국 프리미어리그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직원은 “삶의 질이 높아졌다”

더 큰 의미는 직원이 만족하는 근무 환경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다음 제주 근무 직원의 생활만족도는 2011년 80%에서 2012년 90%, 2013년 91%로 높아졌다. 서울 임직원의 절반가량이 제주 근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자연과 공존하는 근무환경과 여유 있는 출퇴근 시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저 활동이 일과 삶의 질 모두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조훈 다음커뮤니케이션 DNA랩 사원은 “서울보다 넓은 근무 공간에 날씨가 좋을 때면 사무실에서 한라산이나 바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환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며 “갑갑하게 막힌 공간에서 일할 때보다 생각의 틀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육심나 사회공헌팀장은 “서울에서 일을 할 때는 출퇴근 시간이 길어 일 이외에 내 삶을 즐길 여유가 많지 않았다”며 “제주에선 출퇴근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가족과 함께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다음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이 제주 생활 장점과 단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긍정적인 사고와 자세로 일과 삶을 조화시켜 나가고 있다”며 “제주 이전에 따라 해결해야 할 문제는 노사 간의 자율적인 협의체인 인사위원회와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으로 나은 지원책과 근무환경을 마련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즐거운 실험은 계속된다

일각에선 다음의 제주이전이 서비스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시선도 있다. 인력이 제주와 서울로 나뉘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어 졌고 직원을 설득해 제주로 내려 보내는 과정에서 일부 인력 이탈과 갈등이 발생했다.

제주 고용창출에 기여했지만 저변이 넓지 않은 지역에 묶여 경쟁력 있는 인재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 10년간 경쟁사인 네이버가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동안 다음은 2위 사업자로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윤호영 다음 부사장은 “제주 이전을 위한 즐거운 실험을 통해 창의적 근무 공간이 창의적인 서비스 개발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음의 대표 서비스 중 하나인 미디어 다음은 제주에서 아고라, TV팟 등으로 진화했고, 검색엔진 개발도 이 기간에 선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을 끝내고 이제 제주라는 창의적 환경에 정착한만큼 앞으로 더욱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제주 이전 연혁

2004.03 다음, 본사 지방 이전 테스트 계획 발표

2004.03 다음, 제주도청-시청-제주대학교와 지방 이전 추진을 위한 상호 협력 협약 체결

2004.04 인터넷지능화연구소(NIL팀) 16명 제주 근무 시작

2004.06 미디어본부 60명 추가 제주근무(총 80여명 제주근무)

2004.07 다음커뮤니케이션 제주지점 오픈

2005.02 다음글로벌미디어센터 착공(제주시 오등동)

2006.02 다음글로벌미디어센터 완공

2007.03 인터넷운영 전문 자회사 다음서비스 설립

2007.12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입주 계약

2009.12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신축 사옥 착공

2011.11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신축 사옥 완공

2012.04 제주 본사 이전 완료

2012.10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 수상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건축물 선정

2013.03 제주 본사 2차 사옥(스페이스닷투) 및 직장보육시설 착공

2014.04 스페이스닷투 입주

직원 증가 추이(자회사 제외)

매출 증가 추이(자회사 제외, 단위: 억원)

[이슈분석]다음, 제주 시대 10년 무엇을 얻었나
[이슈분석]다음, 제주 시대 10년 무엇을 얻었나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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