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을 안 들이고 회사를 사들인다. 지분을 담보로 사채를 써 나머지 인수금액을 조달한다. 이것도 모자라 공금을 빼돌리고, 대출 사기를 벌인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로 우량했던 이 상장 기업은 그 사이 망가져 거래까지 중단된다. 영화가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디지텍시스템스를 인수해 온갖 수법으로 사기와 횡령을 저지른 일당을 기소하며 밝힌 범행 전모다. 해외 매출 조작에 의한 사기대출뿐만 아니라 횡령·배임 등 온갖 수법이 난무했다. 그 규모가 이 회사 매출의 30%에 육박하는 671억원이다. 이들의 수법은 악의적 기업사냥꾼마저 이들에게 명예훼손소송을 걸고 싶을 정도로 악랄했다.
새삼스러운 사건은 아니다. 악의적인 인수합병(M&A)으로 멀쩡한 기업이 낭패를 보는 일은 곧잘 일어난다.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불황으로 매각 대상 기업이 늘어난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M&A 규제를 완화하려 한다. 이를 악용한 M&A 사기 시도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 조직폭력배까지 합법적 기업 운영에 눈을 돌리는 시절이다.
경영권을 잘못 넘긴 기업 탓도 하지만 한가한 얘기다. 경영권을 넘길 정도라면 이것저것 따지기 힘들었을 텐데 새 주인이 좋은지 나쁜 지 가려내기 힘들다. 정부 차원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M&A 사기꾼이 설 자리를 없애야 한다.
M&A 사기꾼들을 보면 주가조작, 횡령과 같이 어떤 형태로든 경제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게 마련이다. 그때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았거나 발각되지 않으니 또다시 나쁜 짓을 저지를 생각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아예 기업 인수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경제범죄 전력뿐만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까지 대상에 올릴 만하다.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이야 이런 것도 피해가겠지만 일단 범죄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선량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를 훼손한다. 엄벌해야 한다. 이른바 ‘황제노역’까지 겹쳐, 웬만한 경제 범죄라도 중형을 내리는 외국이 부럽기만 하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기고] '투명한 재앙' 물류센터 '비닐 랩' 걷어내야 할 때
-
2
[ET단상] AI 실증의 순환 함정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진화로
-
3
[ET톡] '갤럭시S26'에 거는 기대
-
4
[소부장 인사이트]메모리 호황기, 한국 반도체 개벽의 조건
-
5
[사설] 中 로봇 내수 유입은 못막아도
-
6
[사설] MWC26, 韓 세일즈파워 놀랍다
-
7
[人사이트] 김동경 티라로보틱스 대표 “국가 안보 지키는 '소버린 로봇', 中 공세 해법”
-
8
[ET톡] AI 3강 도약 위한 마중물 'AI DC'
-
9
[기고] AI 시대, 출연연의 역할을 다시 묻다
-
10
[ET단상]태권V, 라젠카 그리고 헬스케어로봇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