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체 이통용 통일 가능성 높아
프랑스가 700㎒ 주파수 대역을 경매에 부친다. 방송용으로 쓸 것인지 통신용으로 쓸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다 내놓은 방안이지만 경매에 유리한 통신업계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프랑스가 700㎒ 대역을 통신 쪽에 사실상 배정하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유럽연합(EU) 국가도 프랑스 정책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같은 대역을 놓고 방송과 통신업계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우리나라도 해외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으면 자칫 ‘주파수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프랑스는 최근 국방법 개정을 통해 694~790㎒ 사이 주파수를 경매에 부치고 해당 대금을 방위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관보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재정한 ‘국가 안보와 방어를 위한 군사 프로그램’ 법안에서 700㎒ 대역 경매로 발생한 대금을 방위산업에 투입한다고 명시했다. 자금 조달기간은 2019년까지로 이 기간 안에 경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대역이 경매에 나오면 방송 업계에 비해 자금력이 우수한 통신사가 가져갈 확률이 사실상 100%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방송업계는 △네트워크 사업자 △플랫폼사업자 △콘텐츠 사업자로 분리돼 있다.
프랑스는 2000년대 후반 디지털TV 전환으로 남은 792~862㎒를 경매를 거쳐 통신사에 할당한 바 있다.
유럽은 그동안 통신-방송 간 700㎒ 대역 공방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이미 2000년대 후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의해 700㎒ 대역 용도가 통신용으로 권고된 미주(Region2), 아시아태평양(Region3)과 달리 1지역(Region1)으로 분류되는 유럽, 아프리카는 유보 상태였다.
프랑스는 700㎒ 대역을 디지털TV 용도로 사용해왔다. 때문에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들은 프랑스 사례를 중심으로 ‘700㎒ 대역 방송용 할당’을 검토해야 한다고 꾸준하게 요구해 왔다. 초고선명(UHD) TV 서비스 등에 해당 대역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프랑스는 이미 신규 압축 기술 도입으로 일부 주파수만 활용해 UHD TV와 디지털 TV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가 700㎒ 대역 용도를 이동통신으로 잡으면서 EU 역시 같은 대역을 이통용으로 통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프리카가 이미 2012년 세계전파통신회의(WRC-12)에서 700㎒ 대역 이통용 할당을 제안했기 때문에, 유럽까지 합류하면 거의 모든 국가가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쓰게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열리는 WRC-15에서 유럽과 아프리카가 700㎒ 대역 용도를 이동통신용으로 정리해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시각이다. 지상파 한 관계자는 “개정법은 방위 예산 확보 방안 중 하나로 700㎒ 대역 경매대금 활용을 언급한 것”이라며 “유럽방송연맹 등도 여전히 방송용 할당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은 우리나라와 기술방식이 달라 해당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가져가도 남은 대역으로 디지털TV나 UHDTV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부터 700㎒ 공동연구반을 운영하는 등 해당 주파수 대역 활용안을 놓고 통신업계와 방송업계 간 합의 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논의에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