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도전 2020, 그랜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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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도약기였던 1970년대를 흔히 ‘한강의 기적’으로 묘사한다. 전쟁 후 원조를 받던 국가가 10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는 기적의 나라로 도약했다. 그 눈부신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이 바로 ICT였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어냈으며,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우리나라가 4세대 이동통신을 주름잡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적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만물 인터넷은 재도약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ICT 생태계가 열린다. 냉장고가 주인의 당뇨병을 인식해 맞춤형 영양요리법을 알려주고, 세탁기가 스스로 고장났다는 신호를 문자로도 보내준다. 그동안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선 모니터와 키보드 등으로 구성된 특정기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했으나, 만물인터넷 시대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주변 환경 곳곳에 컴퓨터와 반도체칩이 들어가, 스스로 작동하고 사람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놀라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사물이 스스로 움직인다니 마치 생명을 갖게 된 것처럼 보여서다. 절반은 맞다. 만물인터넷은 우리의 중추·자율신경계의 작동원리와 유사한 구조의 정보통신망을 바탕으로 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의 감각이 뇌로 전달되고 뇌가 명령을 내려 손발 등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를 근간으로 한다. 그래서 만물인터넷은 마치 생명체가 움직이는 것같이 여겨진다.

스마트 센서 인프라는 사람의 말초신경에 해당한다. 이는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과 신체의 변화 등을 인식하는 다양한 디바이스의 군집이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폰’은 주인이 갑자기 넘어지면 충격을 감지하는 디바이스다. 또 멀리 떨어진 부모에게 아기 울음소리를 전달하는 아기돌봄장치 ‘베블’도 아기가 차고 있는 부드러운 밴드에 음성을 인식하는 디바이스다.

이렇게 센서가 내재된 디바이스를 통해 입력된 데이터는 사람의 뇌에 해당하는 시맨틱 웹(Semantic web)에 도달한다. 시맨틱 웹은 컴퓨터가 사람의 개입 없이도 정보를 교환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지능형 웹이다. 시맨틱 웹은 정보를 인식하고 그동안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해, 서비스의 형태로 도출한다. 낙상감지폰은 노인이 넘어지면 자동으로 구조대에 신고하고, 베블 역시 부모에게 아기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뇌와 말초신경을 잇는 신경다발인 척수도 빼놓을 수 없다. 미래 정보통신망에서 척수의 역할은 5G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5G는 오늘날 모바일 기기에서 제공하는 속도보다 약 1000배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미래 기간망이다. 개인당 1Gbps급인 전송속도를 제공해, 빠르게 주변의 많은 디바이스들과 사람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든다. 5G의 상용화 여부에 만물인터넷 시대의 개막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초신경에 해당하는 센서 인프라, 뇌에 해당하는 시맨틱 웹, 척수에 해당하는 5G, 이 세 가지는 대한민국 만물인터넷, 미래정보화의 핵심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8년 평창올림픽 때 5G 이동통신을 세계최초로 시연하고, 2020년 무렵에는 만물인터넷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꿈의 미래를 ‘그랜드 코리아 챌린지(Grand Korea Challenge)’라고 하자. 그 어느 나라보다 탄탄한 ICT 기반을 갖춘 만큼, 이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금의 노력과 도전에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의 도약 여부가 달려 있다. 이제 새로운 ‘한반도의 기적’이 시작된다.

안치득 ETRI 통신인터넷연구소장 ahnc@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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